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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백운동 마하연전설 - 왜의 첩자를 혼내준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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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12.19 조회3,3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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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금강 만폭동의 화룡담(火龍潭)을 지나면 짙게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비로봉 구역에 이르기 전 사선교(四仙橋)까지 아우르는 일대를 백운대 구역이라 한다. 백운대 구역은 설옥동, 백운동, 화개동, 내무재골 등 여러 계곡과 산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은 골짜기마다 폭포와 소(沼)가 절경을 이루고, 산봉우리의 기암괴석은 만물상을 형성하며 고갯마루는 좋은 전망대가 되니, 실로 계곡미와 산악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승지이다. 특히 백운동은 마하연(摩訶衍)에서 만회암 터를 거쳐 백운대에 이르는 산악경치와 산봉우리에서 내금강의 기암준봉들을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화룡담에서 개울을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넓은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는 마하연 중건비와 이 사찰에 토지를 기증한 공덕비가 세워져 있고, 조금 위쪽에 있는 것이 바로 마하연 터다. 고원지대인 마하연 터는 만폭동 윗골짜기가 동쪽으로 틀어지면서 평평한 대지를 이룬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여러 준봉들의 둥글넓적한 품속에 파고든 것 같은 형국이어서 이곳에 들어서면 뭇 봉우리들이 서로 다투며 한꺼번에 달려오다가 갑자기 멈춰선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뒤로는 촛대봉, 앞에는 혈망봉(血望峰)과 법기봉이 높이 솟았고, 왼쪽으로는 중향성(衆香城: 1,520m)과 나한봉의 산줄기들이 백옥으로 쌓은 성처럼 뻗어 내리고 있다. 이처럼 마하연은 사방에서 호위를 하는 가운데 스님들이 가부좌를 틀고 세속을 떠나 수도하는 명당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현재는 폐허가 되어 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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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연(摩訶衍)의 ‘마하’는 대승(大乘)이란 의미이고 ‘연’은 넘친다는 뜻이다. 원래 내금강 유점사(楡岾寺)의 말사(末寺)로서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義湘, 625~702)대사가 경북 영주의 부석사(浮石寺)를 지은 뒤에 창건하였고, 나옹(懶翁, 1320~1376)선사가 한동안 머무르기도 하였다. 당시에 마하연은 방이 53칸이나 되는 기역(ㄱ)자형의 건물이 들어설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고 유명한 사찰이었다. 근래의 건물은 1831년에 월송선사가 중건한 것인데,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되고 부속 건물인 칠성각과 인근에 팔각정자인 연화대(蓮花臺)만 남았다. 지난날 고려 시대의 문신이었던 익제(益齊)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여기서 이런 시(詩)를 읊었다.

 

산중이라 해가 중천에 떴건만

아침이슬에 짚신이 젖는구나.

옛절이라 중이 살지 않는데

뜰에는 구름만 가득하구나.

 

  마하연 터는 전망이 좋을 뿐더러 갈림길에 위치한 좋은 휴식터다. 여기서 백운대로 가는 길, 묘길상(妙吉祥)을 지나 비로봉 또는 내무재령(內霧在嶺)으로 가는 길이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설옥동과 영추봉을 거쳐 수미암(須彌庵) 터로 가는 길이 있다. 마하연 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칠성각(七星閣)이 나온다. 마하연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은 아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칠성각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 600m만 더 가면 만회암(萬灰庵) 터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비탈길을 오르면 멀지 않은 곳에 설옥동을 향해 자리한 아담한 팔각정자가 있는데, 예로부터 전망 좋기로 유명한 연화대가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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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연 터에서 연화대 부근에는 많은 숲들이 우거진 가운데 특히 금강초롱이 많기로 유명하다. 금강초롱은 7~8월경이면 푸른 가지색의 초롱 모양의 송이 꽃을 피운다. 1909년에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바 있다. 한편 백운동의 마하연과 관련하여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활약했던 노승(老僧)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백운동 골짜기에 위치한 마하연에는 앞날을 환히 내다보고 만사를 명석하게 처리할 뿐더러 도술까지 겸비한 노승이 어린 상좌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런 그를 가리켜 ‘마하연 도사’라고 불렀다.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다. 공양미를 구하러 아침 일찍 마을로 내려갔던 상좌가 돌아와 노승에게 요즘 마을에는 동해 건너편에 사는 왜적들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올 준비를 하기 위해 중으로 가장한 첩자들을 보내고 있다는 소문이 떠돈다고 하였다.

 

  노승은 상좌의 말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더니 “애야! 행각승으로 가장한 왜(倭)의 첩자들이 우리나라에 숨어들어 사방을 떠돌며 물정을 살피고 있음을 내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 마하연에도 그들 중 한 놈이 곧 당도할 것이다.”

 

  이 말에 상좌는 깜짝 놀라면서 그걸 어떻게 알고 계셨는지 물었다. 하지만 노승은 상좌의 물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지금 당장 내강마을로 내려가 오늘 밤중에 나무하러 다니는 몇몇 아이들을 모아놓고 “내일 사시(巳時: 오전 9시~11시)가 되면 이곳에 허름한 행색의 행각승이 하나 지나갈 터이니 그를 만나면 ‘이놈, 중으로 변장해서 남의 나라를 염탐하러 다니는 너 같은 놈은 그냥 살려둘 수 없다.’ 하고 막 달려들어 혼쭐을 내주어라.”고 하였다. 상좌가 노승의 말대로 내강마을에서 일을 꾸며놓고 절에 돌아온 것은 자정이 훨씬 넘어서였다.

 

  다음 날 아침, 내강마을 나무꾼 아이들은 상좌의 말대로 몽둥이를 하나씩 준비해서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한낮이 다 되어도 행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은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새벽, 중으로 가장해서 회양읍을 떠났던 왜의 첩자는 내강마을 어귀에 많은 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나서 하루 종일 산 밑의 바위틈에 숨어 있었다. 그는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어슬렁거리며 만폭동 골짜기 깊은 곳에 위치한 마하연에 찾아와 하룻밤 묵고 가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이 사실을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던 노승은 그를 반갑게 맞으며 저녁을 푸짐하게 대접했다. 얼마 후 창밖을 내다보던 노승은 그에게 “오늘 밤은 달이 유난히 밝으니, 우리 함께 달구경을 하며 세상 이야기나 나눕시다.” 하고 청하니 행각승도 흔쾌히 승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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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뜰아래 내려섰을 때, 집을 지키던 삽살개가 달을 쳐다보고는 쉴 새 없이 짖어댔다. 행각승은 개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노승에게 “왜 삽살개가 저렇게 짖어대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승은 그의 거동을 살펴보면서 “저것은 비록 기르는 개에 불과하나 능히 천기를 살피고 세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영물이지요. 요즘 왜가 우리 조선을 침범할 기회를 엿보면서 주야로 병장기를 만들고 있는데, 그 정황이 저 달에 비치기 때문이지요.”라고 하였다.

 

  계속해서 노승은 “지금 왜의 첩자들이 조선에 몰래 숨어들어 각처를 떠돌며 물정을 살피고 있는데 그런 자가 이 금강산 부근에도 있소이다. …”

 

  노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각승은 칼을 빼들고 그를 해치려 하였다. 그러나 어느새 삽살개가 달려들어 그의 손을 덥석 물자 그만 칼을 놓치고 말았다. 삽살개의 사나운 기세에 눌린 첩자는 노승 앞에 엎드려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하였다.

 

  그러자 노승은 “네 이놈, 똑똑히 들어라. 우리 조선은 나무하는 아이들이나 심지어 개와 같은 미물조차도 자기 나라를 침범하려는 무리들을 제때 분별할 줄 알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하루속히 헛된 짓을 그만두고 네 나라로 돌아가 조선 침략의 흉계를 버리도록 해라.” 하고 추상같은 호령을 내렸다. 그의 말에 간담이 서늘해진 왜의 첩자는 자기 부하들을 데리고 왜로 도망치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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