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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명경담이 황천담으로 된 이야기와 영원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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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12.20 조회3,2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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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천동 계곡의 명경담(明鏡潭)은 본래 명경대(明鏡臺) 밑에 있는 담소라는 데서 온 이름이다. 이 소는 일명 황천담(黃泉潭), 황류담(黃流潭), 옥경담(玉鏡潭)으로도 불리는데 명경담이 황천담으로 불리게 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회양고을에 심술이 사나운 한 지주(地主)가 살고 있었다. 그는 농민들을 착취하여 재산을 불리기에 여념이 없어서 금강산을 옆에 두고도 좀처럼 가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명경대 앞에 가면 수명의 장단과 죄의 유무, 빈부귀천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치도 매우 좋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마침내 금강산 구경을 떠났다.

 

  지주가 금강산 어귀에 도착하니 장안사의 가마꾼들이 벌써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의중을 알 리 없는 가마꾼들은 “장안사에 들러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 만폭동으로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다. 지금 당장 명경대로 안내해라.” 하면서 지주는 가마에 올라 가마꾼들을 재촉했다. 지주를 태운 가마는 백천강 기슭을 따라 가다가 어느덧 명경대와 마주하고 있는 배석대(拜石臺) 근방에 당도하였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마치 커다란 거울을 산에 기대어 세워 놓은 것 같은 바위가 나타났다.

 

  이때 옆에서 “저것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다 비추어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려내는 명경대라고 하는 신령한 바위입니다.” 하는 가마꾼의 말에 지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난날 그는 남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해서 내심 불안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배석대에 올라 거울 같은 바위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금강산 구경을 떠날 때 결심한 대로 내 수명이라도 알아보고 가야지.”라고 생각한 지주는 우연히 발밑의 명경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소(沼)의 물은 누런 유리 빛이 나면서도 검푸른 색을 띤 가운데 명경대와 뒤의 산봉우리 그림자가 비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가 “아! 물속의 명경대….” 하며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그곳에는 무서운 악귀의 형상으로 변한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번민으로 괴로워하다가 그만 명경담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사람들은 ‘명경대’를 죄업을 밝히는 거울이란 뜻에서 ‘업경대(業鏡臺)’라 하였고, 지주가 황천객이 된 ‘명경담’을 ‘황천담’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편 이 지역 스님들은 백천강을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는 황천길과 같다고 하여 ‘황천강’이라 하였고 황천담에 돈을 던져야 염라대왕이 황천길을 무사히 가게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 후 금강산 구경을 오는 많은 부유한 양반들이 이 황천강을 따라 가다가 황천담에 이르면 저마다 염라대왕을 부르며 은전이나 엽전을 던지곤 하였다. 그러자 이를 본 사람들은 평소에 선업(善業)을 쌓지 않고 염라대왕에게 뇌물을 주어 자신들의 죄를 면하려는 양반들의 행태를 비웃었다고 한다.

 

  다음은 경상도 동래부 범어사에서 상좌로 있던 영원조사(靈源祖師)가 도를 닦기 위해 금강산으로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그가 백천동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는데 명경담에서 한 백발노인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원은 그를 본체만체하고 노인의 옆을 지나 더 깊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거기서 여러 해 동안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열심히 수도했지만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결국 그는 이곳에서의 공부를 그만두고 들어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나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몇 해 전 명경담에서 낚시질을 하던 백발노인이 지금도 그 자리에 앉아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영원이 그 노인 곁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미끼를 꿰지 않은 채 빈낚시질을 하며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영원은 “노인장, 이렇게 빈낚시질을 하고 있으니 고기가 잡힐 리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사람이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면 무엇을 하든 실패하기 마련이지. 이제 도(道)가 차면 고기는 빈낚시에도 절로 잡힐 게야.”라고 대답하면서 계속 염불을 외웠다. 그의 말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던 영원은 자신의 조급했던 마음을 뉘우치고 다시 돌아가 수도에 더욱 정진하여 유명한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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