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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원“들어만 줘도 좋은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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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1.03 조회4,8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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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입도를 했다. 열심히 학업과 수도를 병행하여 어느덧 중간 임원이 되었다. 그때가 대학원 시절이었다. 난 수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엄격한 규율과 자기 절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선사의 직분을 다하고자 노력하였다. 진리 교화를 통해 수반들의 도심을 일깨우고 독려했으며,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온 힘을 다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열정적이었다. 그러한 노력 때문인지 방면 사업도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큼 성장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포덕사업으로 수도의 보람과 사업의 자신감을 느끼며 신명나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면 선감께서 나를 조용히 불렀다.
 
 
방면 선감: 김선사의 열정으로 방면 사업이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내수 수반들이 김선사와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고충을 이야기하곤 하네요.
김선사: 무슨 말씀인지 …. 저는 수반들을 자상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며 진심으로 교화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방면 선감: 물론, 김선사 성격에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수반들이 그런 말을 할까요?
김선사: 아! 참 막막합니다. 선감요 ….
방면 선감: 내 생각에 교화는 먼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 같이 고민해 봅시다.
 
 
  이때 난 두 가지 마음이 실타래처럼 엉키며 눈앞이 캄캄했었다. 정말로 열심히 교화하고 수반을 배려했건만 소통이 잘 안 된다 하니, 솔직히 그런 수반들이 서운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뭔가 부족한 게 있을 거야!’라는 반성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서운함과 자괴감에 한동안 위축되며 의욕을 많이 상실했었다.
  그 후 몇몇 수반들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수반들은 내가 매사에 원칙을 이야기하고 문제의 해답만을 이해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또, 해주는 교화가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가슴에 와 닿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여러 수반의 의견을 듣다 보니 선각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아 당장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어떤 수반이 “선각은 매번 가르치려고만 하죠, 들어만 줘도 좋은데 … ”라고 자조 섞인 어투로 푸념했다. 아! 그 순간 폐부를 찌르는 듯 강한 충격이 엄습해왔다.
  그렇다! 나는 매사에 가르치려고만 했었고, 먼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했었다.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했다. 속담에 “병(病)은 알려야 고칠 수 있다.”라고 했던가? 이 사건은 나의 수도 역정에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교화는 듣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데, 잘 듣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대화에서 말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듣는 것 또한 중요한 것임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후로 임원이 되었고 어느덧 사춘기 자녀를 둔 입장에 놓이다 보니, 그때 일이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완고한 내게 경청의 부족함을 일깨워 준 수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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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회보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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