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세이남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다(成人之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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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0.06.29 조회4,076회 댓글0건본문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좇는 이기심이 앞설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맹자가 말한 것처럼 우물가에 기어가는 어린아이를 보면 안타깝고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은지심은 남을 도와주거나 이롭게 하는 이타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상제님께서 “우리의 일은 남을 잘 되게 하는 공부니라.”01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수도 역시 이타심을 실천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은 수도의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 유학의 경전인 『논어』에 참고할 만한 구절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남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고(成人之美) 남의 추함을 이루어주지 않으나, 소인은 이와 반대로 한다.”02
『논어』에서 군자는 남의 아름다움[美]을 이루어주고 추함[惡]은 이루지 않게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소인은 남의 아름다움은 이루어지지 않게 하면서 오히려 추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 구절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은 그 사람의 좋은 면과 나쁜 면으로서 대개 장단점으로 해석한다.03 혹은 도모하고자 하는 일의 성격이 정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로 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상황에 따라 아름다움과 추함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이 올바른 해석인가를 따지는 것은 이 구절을 음미하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비록 짧은 한 문장이지만 남을 잘되게 해주려는 군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을 남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인간이 가진 ‘말’이라는 수단이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전님께서도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힘”04을 가졌다고 하셨으므로 상대방에게 말을 잘하는 것, 즉 ‘언덕’을 잘 가지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언덕은 남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칭찬을 떠올릴 수 있다. 진심이 담긴 칭찬 한마디는 없던 용기도 생기게 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무슨 일을 하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인의 장점을 계발하고 그 역량을 끌어내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믿어주고 끊임없이 응원해준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종종 시상식장에서 큰 상을 받은 사람들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로 한 사람의 끊임없는 성원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언덕을 잘 가진다는 의미가 꼭 칭찬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바른말로써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타인의 잘못이나 단점을 감정을 거스르지 않게 전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경』에 상제님께서 “충언이 역이로되 이어행(忠言逆耳利於行)”05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한다면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때와 장소를 가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심을 발휘해야 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때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늘 좋은 말만 듣는 사람은 자만에 빠지기 쉽고 잘못된 길을 걸어가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조그마한 잘못 하나로 한순간에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접한다. 수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바른길을 걸어왔다 할지라도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다. 그 순간 진심 어린 말 한마디 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길고 긴 수도의 여정에서 때로는 칭찬으로 용기를 주고 한편으로는 충언으로서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남을 잘 되게 하는 성인지미(成人之美)의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01 교법 1장 2절.
02 『논어』, 「안연편颜渊篇」,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03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3』 (서울: 통나무, 2012), p.330.
04 『대순지침』, p.78.
05 교법 2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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