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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상생을 추구하는 삶의 공간,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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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3.09 조회1,9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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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이다. 그 중 주(住)는 집을 의미하며 집은 곧 그 사회의 문화를 함축하고 있다. 한 민족이 조상 대대로 지켜온 가옥의 형태나 구조는 그 민족의 고유한 생활풍습과 철학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농사를 기본으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조화하며 부모를 모시고 사는 데 적합한 형태의 집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서구 문명의 유입과 산업화로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자 부족한 주거 공간 해결을 위해 주거 형태가 변하고 아파트가 많이 생겼다. 인구 몇 만 이상의 소도시만 되어도 성냥갑처럼 빽빽이 들어선 건축물이 낯설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한옥 붐이 일고 있다. 각 지역에 한옥마을이 들어서고 한옥 체험관이 느는가 하면 한옥으로 지은 호텔이며 사무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게다가 서울 근교 전원주택 단지에도 한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옥,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살아 숨쉬는 한옥을 찾아 가보자.

   

한옥의 의미와 역사

 

  예전에는 한옥이라는 단어가 없었고 단지 집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그러나 서양에서 들어온 건축물이 우리 터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외형이나 구조면에서 다른 서양 건축물과 비교해서 우리 민족이 이 땅에 짓고 살아온 전형적인 건축물을 한옥이라 부른다.

  한옥은 삼국시대 말까지 움집 초기 구들의 형태로부터 발전해 신라 통일기에서 고려 원종(元宗, 1219~1274)시기까지 구들이 발달된 귀틀집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이때부터 임진왜란 시기까지 오면 북방의 구들과 남방의 마루가 결합한 형태의 한옥으로 발전된다. 이후 조선 고종(高宗, 1852~1919)대에 이르러 전통적인 한옥에서 도시형 한옥으로 발달하게 된다.

 

터 잡음과 건축 재료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건축조차 자연에 순응한다. 한옥은 집을 짓기 위해 터를 파헤치지 않고 지형이 생긴 대로 약간만 손질하여 집을 짓는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면 터를 깎지 않고 오히려 돋아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을 깎아 집을 짓고 산사태로 집을 잃는 요즘의 건축방식과는 기본적인 생각부터가 다르다.

  풍수지리에 입각해 터를 잡은 한옥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남향구조를 가장 으뜸으로 치는데 이는 사람이 살기에 가장 알맞은 조건이다. 산은 겨울에 북풍을 막아주고 연료를 공급해주며 마을을 지켜 주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앞에 흐르는 하천은 관개용수의 공급처일 뿐 아니라 여름철 뜨거운 기온을 낮춰 주는 중요한 냉방장치이다. 남향집은 겨울이면 햇빛이 집안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따뜻하고, 여름이면 창끝에 햇빛이 머물다가 사라지니 시원하다.

넓은 들과 물이 있어 사람이 살기 적합한 곳에 자연적 소재를 살려 지은 한옥은 조상들의 멋과 여유, 지혜와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유형ㆍ무형이 결합된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계절에 따라 자연과 편안하게 어우러지며 낮은 담 너머로 이웃의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정서와도 잘 맞다.

 한옥은 재료가 흙, 돌, 나무, 종이 등으로 자연친화적일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을 썼다. 나무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나무로 지붕을 엮은 너와집을 짓고 살았으며 논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에서는 볏집으로 지붕을 이었다. 벽체는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황토로 만들었다. 황토에 짚을 섞어 마감하면 나무가 상하지도 않고 마른 뒤 갈라지지도 않는다. 콘크리트나 마감재에서 배출하는 이른바 새집증후군도 없다.

  흙집은 기온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하지 않고 일일 기온차가 적어 안정된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탈취효과도 있으므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흙벽은 여름에 외부의 더위를 차단해 주고 황토 바닥은 난방을 하면 처음 예열 시간이 좀 길지만 한번 데워진 방은 오래가고 겨울엔 찜질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재는 마구잡이로 깎아 쓰기보다는 원래의 형태를 살려 쓰려고 했다. 서까래의 경우 목재들이 곧거나 휜 것을 일부러 반듯하게 깎지 않고 그대로를 살려 알맞은 위치에 놓기 때문에 버려지는 재료가 없다. 주춧돌을 평평하게 다듬지 않고 그렝이질이라고 해서 기둥인 목재를 돌의 요철에 맞게 깎아서 올리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지진이 일어나도 기둥이 밀려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

  이렇게 지어진 한옥은 허물게 되면 그 재료를 재사용 가능할 뿐 아니라 수명이 다하게 된 목재나 흙벽돌은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렇게 한옥은 건축 폐자재를 줄이는 친환경 건축이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집인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룬 과학적 공간

 

  세계 어느 지역이든 집은 기후와 토양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그러므로 집 구조도 이에 맞게 발달해왔으며 계절에 따라 온도 조절이 잘 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지역 간 가옥구조를 보면 이런 원리가 잘 적용되어 있다.

  관북ㆍ관서 지방의 한옥은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폐쇄적 구조로 일자형이 주를 이루며 부엌과 외양간이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부엌과 방 사이 벽이 없는 온돌방인 정줏간은 광이나 실내 작업장으로도 이용된다. 눈이 많은 울릉도는 방설벽을 설치하여 작업공간이나 통로로 이용하는데 이곳을 우데기라고 한다. 남부지방은 여름철 더위에 대비하여 대청과 툇마루의 특색이 강조된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며, 제주도 가옥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역의 특성상 그물 지붕과 돌담이 필요했다. 홍수피해가 많았던 낙동강 지역, 한강 상류지역 등에서는 터 돋움집이나 피수대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북위(北緯) 34도에서 40도에 위치하여 일조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므로 여름과 겨울에 햇빛을 적절히 차단하거나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깊은 처마를 만들었다. 여름철 높이 뜬 태양의 직사광선을 깊은 처마가 차단하여 그늘을 만들어 그 아래에 시원한 공기가 흐르게 한다. 겨울철에는 태양이 낮게 떠서 방 안 깊숙이 그 볕이 들어오고 처마 아래에 따뜻한 기온을 그대로 지켜 준다.

  한옥의 구조상 특징은 구들[온돌]과 마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추운지방에서 시작된 구들이 매우 폐쇄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반면 마루는 남쪽 고온 다습한 고장에서 만들어졌다. 마루는 주로 여름철 주거 공간이자, 손님 접대 공간으로 시원한 곳이다. 앞마당과는 1m 이상의 높이와 기압차이로 인해 통풍이 용이하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발견해낸 자연속의 과학적 구조인 셈이다. 또한 댓돌을 쌓아 만든 기단은 땅의 습기를 줄여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구들과 마루는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서로의 장단점을 상호 절충하면서 지역에 맞는 형태로 정착해왔다.

  한옥은 상당히 과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집이다. 예를 들어 말을 타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 집 대문은 그 폭을 한 변으로 계산한 정삼각형의 빗변을 높이로 삼으면 적절하다. 그리고 방은 가로 세로 9척으로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최소한의 평면으로 잡았다. 높이는 7.5척으로 한국인 평균키의 1.5배이며 이는 바닥에 앉았을 때 가장 편하게 느끼는 높이이다. 대청마루 천장은 10척으로 통풍과 환기를 고려하여 만들었다.


오늘날 재조명되는 한옥

 

  ‘자연과의 친화력’을 특징으로 하는 한옥은 미래의 이상적인 주거 형태라고 생각된다. 한옥은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한옥은 집주인에게 맞춰가며 고쳐지기에 똑같이 생긴 집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은 여유의 미를 지녔으며 문과 창이 겹치고 열리어 통하고 가려주는 어울림의 정서를 가진 집이기도 하다. 게다가 기의 흐름과 순환의 원리를 이용한 자연친화적인 냉난방 장치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한옥에 선진적인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현대 생활에 맞게 지을 수 있다.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자성이 이루어지는 현대에 가족 구성원의 성향이나 필요에 따라 대가족이 살 수 있는 구조로 된 한옥은 한국적 정서에 맞을 뿐 아니라 환경을 중시하는 현대에 적용 가능한 가치를 지닌 건축물인 것이다.

  한국적인 문양과 디자인을 간직한 집, 생활의 편의성까지 최대한 고려한 공간, ‘웰빙’과 ‘인간적’인 것이 핵심 키워드가 되어 가는 지금, 자연 재료로 만들어지고 자연을 품은 공간인 한옥은 최고의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한옥은 전통을 갖춘 작품성만을 강조한 유물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기 보다는 사는 사람이 쾌적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어야 한다. 집은 그저 잠이나 자는 공간이 아니며 무조건 편함만을 추구해서도 곤란하다. 집에는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한 혼과 기가 깃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렇듯 한옥은 현실을 반영한 삶과 이상이 녹아 있는 집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ㆍ 신영훈ㆍ이상해, 김도경, 『우리건축100년』, 현암사, 2001.

ㆍ 신영훈 지음ㆍ김대벽 사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현암사, 2001.

ㆍ 류경수,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대원사, 2004.

ㆍ 최상철, 『내 마음을 두드린 우리건축』, 푸른사상, 2008

ㆍ MBC 심야 스페셜 <한옥>.

ㆍ 부산 MBC 창사 43주년 특집 <한옥의 향기 1~4>

ㆍ 한옥문화원 [http://www.hanok.org]

 

《대순회보》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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