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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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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윤 작성일2017.03.09 조회1,3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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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연구위원 김태윤


  한때 ‘국기하강식’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국기에 대한 맹세’가 방송되면 사람들은 적막 속에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렸다. 하루 동안의 고된 임무를 마치고 내려오는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이렇게 태극기는 국가의 존엄성과 위엄의 대상으로 우리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가깝고도 먼 상징이었다. 그래서일까, 태극기를 향해 서 있었던 1분 동안의 시간도 길게만 느껴졌던 것이….

  최근 ‘국기에 대한 맹세’구절이 부분 수정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해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요즘 국경일에는 각 가정에 태극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우리들의 무관심과 이해부족이 그 자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태극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좀 더 다가가 보자.


태극기의 등장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대표하는 국기이다. 일생을 살아가는 한 개인도 굴곡이 없지 않듯이 태극기가 오늘날까지 거쳐 온 역사에도 애환이 없을 수 없다.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종 13년(1876년 1월)에 있었던 ‘운요호 사건’과 만나게 된다. 당시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화도 초지진에 군함 운요호를 정박시켜 조선에 문호 개방과 통상을 요구했다. 이에 조선 수비병대가 즉각 대포를 쏘며 대항을 했는데 군함에 게양된 일본기가 불타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은 이듬해 강화도 회담에서 일본이 일본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도 포격을 했다는 이유로 조선에 트집을 잡는 구실이 되었다. 당시 조선에는 국기라는 말조차도 없었으니 일본이 조선정부를 몰아붙여도 속수무책이었다.

  조선정부가 국제관계에서 국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자, 이를 눈치 챈 청나라는 황준헌이라는 사신을 보내 청나라의 용기(龍旗) 를 본뜬 국기를 전국적으로 사용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그후 국기 제정을 위해 조선과 청은 우리 측에는 이응준, 청나라 측에는 마건충으로 양국 위원을 임명하게 되었으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가 임오군란(壬午軍亂)으로 인해 일본이 제시한 제물포 조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수신사로 박영효가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태극기가 역사에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영효가 제작했다는 태극기는 그 실물이 현재 전해오지 않고 있다.

  그때마다 역사의 변화를 담고 있는 태극기는 부분적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현재의 태극기는 1949년 10월 15일 문교부 고시 제2호로 공표된 이후 사용되고 있다. 당시 42인의 국기시정위원회는 수 차례 의논과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일제 36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된 국기의 도안을 국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태극기라는 명칭이 처음부터 그렇게 불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이라는 국호가 있었기 때문에 태극기가 아닌 ‘조선국기’로 불리었는데,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때 일본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태극기’로 사용하자고 약속하면서 바뀌어 불리어져 쓰이던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주를 담고 있는 태극기


  태극기의 바탕은 흰색이다. 모든 빛을 합하면 흰빛이 되므로 태극기의 하얀 바탕은 결국 광명을 상징하면서도 우주만물이 존재하는 하나의 장, 즉 우주공간을 나타낸다. 이러한 밝음 가운데 중앙에는 우주만물의 근원인 태극(太極)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사방에는 건괘(乾卦;하늘을 상징), 곤괘(坤卦;땅을 상징), 감괘(坎卦;물을 상징), 리괘(離卦;불을 상징)가 배치되어 있다. 태극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우주 만물의 근본을 말하는 태극은 양(陽)을 의미하는 빨강과 음(陰)을 의미하는 파랑으로 표현되어 있다. 혹자는 태극기에 여덟 개의 괘중에서 네 개만 들어 있어 우주의 이치를 모두 나타내지 못한다고 하지만 건곤과 감리의 성격을 이해할 때 4괘만으로도 우주의 근본과 우주변화의 원리 전부를 다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곤이 모든 변화의 원리로서 우주본체라고 할 때 감리는 건곤의 원리를 생장염장(生長斂藏)이라는 운행 작용으로 실현해낸다. 이처럼 태극기에 그려진 건곤감리는 본체(本體)와 작용(作用)으로서 우주의 이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전 세계 어느 국기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주변화를 담은 태극기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한편 태극기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태극마크는 문양(文樣)으로 우리 주위에 잘 나타나 있다. 문양은 역사적인 상징을 나타내는 그림일 뿐만 아니라 사상도 담고 있다. 이러한 태극문양은 신비(神秘), 신성(神聖)의 부호로서 신라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태극문양을 사용한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우리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태극문양은 음과 양의 부분에 작은 원을 각각 넣고 주위에 8괘를 배치해 철학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우리의 것은 이태극(二太極), 삼태극(三太極), 사태극(四太極), 오태극(五太極)으로 더욱더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은 궁전과 관아의 대문에서부터 숟가락ㆍ그릇ㆍ패물 등의 일상생활에서까지 친숙하게 이 태극문양을 사용해 왔다. 특히 길상(吉祥)을 바라는 것에는 태극문양이 빠지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태극과 같이 숨 쉬며 살아가면서 모든 만물에 태극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태극기에 새겨진 태극문양은 우리 민족에게 생활과도 같은 친숙한 상징이었다.


우리 곁으로 다가온 태극기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사용되었던 태극문양은 일제강점기 이후 생활에서 멀어졌다가 2002년 월드컵 때 다시 우리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월드컵때 한국의 이미지를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태극기문양을 옷에, 얼굴에 그리며 ‘태극기패션’을 만들어 냈다. 대형 태극기가 경기장에서 손에서 손으로 움직일 때 ‘대한민국’의 구호는 전 국민의 입에서 입으로 공명(共鳴)되었다. 태극기의 깃발 아래 울고 소리치며 대한민국은 하나가 된 것이다. 우러러 봐야만 했던 태극기가 이제 우리 가슴속에 내려와 살아 숨 쉬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물과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태극! 어쩌면 태극의 모습이 항상 우리 삶과 같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태극기에 우주의 이치가 있다고 한들 우리 마음에 살아있지 않은 태극기는 머나먼 곳에 위치한 상징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언제 태극기가 살아날 것인가? 우리의 마음 그곳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그 순간 태극이 발해 태극기의 진정한 가치는 나타난다. 우리가 나라사랑의 마음을 참답게 표출할 때 바로 우주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태극기를 통한 나라사랑, 그 마음은 바로 우주의 마음이 된다. 지금 태극기를 바라보며 가슴 속에서 진정한 나라사랑을 느낄 때 태극기의 태극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대순회보》 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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