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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신화(創世神話) (1) - ‘창세가(創世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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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20 조회1,3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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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神話)는 신(神)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신과 인간의 관계 혹은 신과 인간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구나 신화는 신들에 의해 이야기되고 신들에 의해 전해진 모든 것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라는 본원적인 속성도 담고 있다. 우주의 창성(創成), 인간의 창조, 천지(天地)의 구분, 생사(生死)의 기원, 불[火]의 시작 등에 관한 신화소(神話素) 등이 바로 그러한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소를 갖춘 신화를 ‘창세신화(創世神話)’라 하며, 우리네 신화에서는 이를 ‘천지개벽신화(天地開闢神話)’라 한다.

  한국 신화에서 이른 바 창세신화는 여러 무가(巫歌)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으며, 천지개벽(天地開闢)과 인간 창조, 인간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신들의 경쟁 등 다채로운 내용이 그 속에 전해지고 있다.01 이 중 적지 않은 창세신화의 자료 가운데 가장 이른 형태의 모습을 간직했다고 평가받는 것이 함흥의 ‘창세가(創世歌)’와 제주의 ‘천지왕본풀이’다. 그래서 두 편의 자료 중, 우선 ‘창세가’02 편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 최초의 ‘천지개벽신화’ 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모습과 여기에 투영된 우리의 민족의식을 구명하고자 한다.

 

  하늘과 땅이 생길 때에 미륵(彌勒)이 태어났다. 미륵은 하늘과 땅이 서로 들어붙어 있자, 땅의 네 귀에 구리기둥을 세워 갈라놓고, 하늘은 솥뚜껑꼭지처럼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하였다. 그때는 해[日]도 둘이요, 달[月]도 둘이던 시절이었다. 미륵은 달 하나를 떼어 북두칠성(北斗七星)과 남두칠성(南斗七星)을 만들고, 해 하나를 떼어서 큰 별과 여러 작은 별을 만들어 백성의 운수와 임금과 신하의 직위를 맡아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미륵은 이 산 저 산 뻗어 넘어가는 칡을 끊어낸 뒤, 벗기고 꼬고 익혀 내어 옷감을 짜 장삼(長衫)을 지어내고 머리고깔도 지어냈다. 그런데 이 시대에 불이 없어 곡식을 생으로 먹었다. 미륵이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물[水]과 불[火]의 근본을 찾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메뚜기에게 두 근본을 아느냐고 물었다. 메뚜기는 “밤이면 이슬 받아먹고 낮이면 햇빛 받아먹고 사는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나보다 한 번 더 먼저 본 개구리를 불러 물어 보시오?”라고 답변을 하였다. 미륵은 개구리를 데려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개구리 역시 “잘 모르지만, 생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미륵은 수소문하여 생쥐를 불러왔다. 생쥐가 미륵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륵이 “너는 물과 불의 근본을 아느냐?”고 하니, 생쥐는 “저에게 무슨 공을 세워 주시렵니까?”라며 천연덕스레 응대했다. 미륵은 한동안 고심하다 “너로 하여금 천하의 뒤주를 차지하게 하리다.”라고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제야 생쥐가 “금정산에 들어가서 한쪽엔 차돌을 들고, 한쪽엔 쇠를 들고 툭툭 치니 불이 일어났고요, 소하산에 들어가니 샘물이 졸졸 나오는 물의 근본이 있었지요.”라며 대답하였다. 그 후로 미륵은 화식(火食)을 세상에 보급했다. 그런 후 미륵은 양손에 금쟁반과 은쟁반을 들고 하늘에 축원하였다. 그러자 금쟁반에는 금벌레 다섯 마리가, 은쟁반에는 은벌레 다섯 마리가 떨어졌다. 그 벌레들이 자라나니 금벌레는 남자가 되고, 은벌레는 여자가 되었다. 그들은 짝을 정하여 부부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낳았다.

  미륵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던 세월에는 태평하였다. 그런데 석가가 나타나 미륵이 다스리던 인간 세상을 자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노라며 그 세상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미륵은 “아직은 내 세상이지 네 세상이 아니다. 정 그렇게 나온다면, 너와 내가 세 가지 내기를 하여, 승자가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응수하였다. 첫 번째 내기에서 미륵은 동해 가운데 금병에 금줄을 달고, 석가는 은병에 은줄을 달아 먼저 줄이 끊어지는 쪽이 지기로 했는데 석가의 줄이 끊어졌다. 두 번째는 성천강을 여름에 얼게 하는 일인데, 미륵은 동지 제사를 올리고 석가는 입춘 제사를 올렸다. 이번에도 석가가 졌다. 세 번째 내기는 한 방에 누워 자면서 모란꽃이 모락모락 피어 무릎에 올라오는 쪽이 이기기로 했는데, 미륵이 잠든 사이에 석가는 자는 척하다가 미륵의 무릎 위로 피어 올라오는 모란꽃을 꺾어다가 자기 무릎 위에 꽂았다. 익히 알고 있던 미륵은 석가의 잦은 성화에 세상을 내 주기로 결심하며, 석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이 세상을 다스리면 악(惡)이 만연할 것이다.” 이내 석가가 세상을 다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그렇게 되었다. 그러자 석가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인세를 다스릴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미륵에게 인세를 넘겨주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하늘과 땅이 아직 나누어지기 이전 세상, 즉 무극(無極)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천지미분(天地未分)의 상태에서 미륵이라는 신적인 존재가 태어나 천(天)과 지(地)를 분리시키고, 이것이 다시 합쳐지지 않도록 땅 네 귀에 구리기둥을 세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 이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 문화의 원형을 표현한 것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고대인들의 세계관이자 우주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네 기둥은 천상계와 지상계를 이어주며 통로 구실하는 세계축[우주목]을 상징하기도 한다. 천지가 분리되면서 미륵의 행보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조정이었다. 당시 하늘은 해와 달이 둘씩 돋아서 낮에는 더위와 심한 가뭄이 일어나고 밤에는 추위와 홍수가 일어나는 혼돈의 상태였다. 그래서 미륵은 해와 달이 각각 하나라는 새로운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 생명의 터전을 일궈나갔다.03

  이제 천계의 질서가 이룩되면서, 그는 칡과 생쥐로부터 ‘의복’과 ‘물’ · ‘불’의 근원을 마련한 다음 인간을 창조한다. 여기서 신이 근원을 마련하여 인간처럼 옷을 입고 화식(火食)을 한 점은 우리 무속신화 전반의 특성인데, 천신(天神)으로부터 비롯된 문화의 시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륵이 하늘에 축원하여 금벌레 다섯 마리와 은벌레 다섯 마리가 떨어졌고, 이들이 자라 각각 남녀가 된 후에 부부를 이루어 세상 사람들이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나 금과 은에 비유하여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벌레와 은벌레가 하늘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본래부터 가졌던 ‘천신신앙(天神信仰)’과 ‘천부지모(天父地母)’04의 형태를 반영한 것이라 보인다.

  그런데 이 단락에서 우리가 곱씹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곧 미륵이 하늘에 축원한 것은 자신의 상위에 지고신(至高神)이 있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늘에서 벌레가 내려왔다는 것은 지고신이 직접 인간창조에 개입한 것으로서, 지고신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륵의 신격은 지고신의 권능을 부여 받은 인간세상의 통치자이면서 보다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천지 질서의 조정자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이러한 창조 과정은 ‘단군신화(檀君神話)’의 삼신(三神)과도 결부되는데, 환인(桓因)이 지고신을 상징하고 환웅(桓雄)은 지상신(地上神)의 존재로 단군(檀君)은 인류 시조(始祖)를 의미하는 신격(神格)들이 그러한 예이다. 이는 서로 다른 신격이지만 하나의 대(代)를 잇는 천신 계통으로서, 모두 천상세계의 질서와 인간세계의 질서와의 조화를 완성하려 했다. 결국 천지개벽의 궁극은 천(天) · 지(地) · 인(人) 삼계(三界)의 질서와 조화를 추구한 우리 민족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창세가’의 주요점이 인세를 차지하는 시합이다. 첫 번째는 미륵과 석가의 줄다리기라는 동해바다에서 벌어지는 우주적 힘겨루기다. 이 겨루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금병과 금줄의 상징적 의미다.05 금병은 하늘과 세상의 권능을 집약하고 있는 상징체이고 금줄은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체이다. 또한 두 사물은 이상이 모두 실현된 황금시대를 상징한다. 반면 은병과 은줄은 달을 상징하고, 변색으로 인해 유한성을 지닌 것을 상징한다. 그래서 미륵의 시대가 황금처럼 살기 좋은 시대이고, 인간에게 복록을 안겨주던 시대였다는 것이며, 석가의 시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강에서 강물을 얼어붙게 하는 능력을 겨루는 것이다. 미륵은 동지 제(祭)를 올리고, 석가는 입춘 제를 올린다. 동지가 지나서 추운 겨울이 오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강이 얼어붙기 때문에 동지 제가 이치에 타당한 조화인 것이다. 곧 미륵은 자연 변화의 묘리를 터득하고 있음에 견주어서 석가는 자연 변화의 묘리는 깨닫지 못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무릎06에서 모란꽃07을 먼저 피우기인데, 자연의 상태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양상을 어느 신이 더 온전하게 구현하는가 하는 시합이었다. 결과는 미륵의 무릎에 핀 모란꽃을 훔쳐 속임수로 최종 승리를 거머쥔 석가였다. 지금껏 두 번의 패배와 한 번의 승리뿐이었지만, 석가는 미륵에게 집요하게 인세를 요구해 결국 획득하고 만다. 그래서 미륵은 석가에게 영원토록 이어질 모란꽃이 열흘을 못 가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이 되고, ‘권불십년(權不十年: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이 된다는 점을 밝혀준다. 따라서 인간은 본래 선하고 정직한데 신이 부정한 까닭에 인간 세상에 악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함흥의 ‘창세가’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천지개벽신화’를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천지의 개벽이 미지(未知)의 지고신에 의해 모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마무리는 천신이자 지상신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창조는 지상신과 함께 창조의 주체인 지고신도 개입하지만, 창조의 완성은 지상에서 이루어진다. 즉 천상신과 지상신 모두가 창조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이는 한국 문화의 특징이 하늘과 땅의 조화, 곧 신과 인간의 조화에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우리네 신화에서 창세란 아무것도 없는 완전한 무(無)에서 어떤 것을 존재케 하는 이야기라는 내포 개념을 넘어 자연 속에 이미 주어져 있는 기존 질서를 변화시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 참고문헌

김영일, 『한국무속과 신화의 연구』, 세종출판사, 2005.

김헌선, 『한국과 유구의 창세신화 비교 연구 - 미륵과 석가의 대결 신화소를 중심으로』, 한국고전문학회, 2002.

서대석, 『한국 신화의 연구』, 집문당, 2001.

이경덕, 『창세기와 천지왕본풀이』, 21세기북스, 2013.

이지영, 『한국의 신화 이야기』, 사군자, 2003.

이지영, 『창세시조신화의 전승변이에 관한 연구』, 관악어문연구, 1993.

최원오, 『창세신화 나타난 신화적 사유의 재현과 변주 - 창세, 홍수, 문화의 신화적연관성을 통해』, 한국어교육학회 111권, 2003.

허정식,  『한국의 창조신화 연구, 창세가와 천지왕본풀이를 중심으로』, 우석대석사학위논문,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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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창세가’ - 함흥, ‘셍굿’ - 함흥, ‘삼태자풀이’ - 평양, ‘당고마기노래’ - 강릉, ‘당금아기’ - 동해, ‘순산축원’ - 울진, ‘시루말’ - 오산, ‘베포도업침’ · ‘천지왕본풀이’ · ‘천지왕본’ · ‘천지도업’ - 제주도 등이 지금까지 채록되어 발표된 ‘창세신화’들이다.

02 이 신화에서 미륵과 석가라는 존재가 등장하여 경쟁담을 형성한다. 두 존재의 경쟁담은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일대에 민담으로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왜 하필 미륵과 석가라는 인물 설정이 필요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분명 하다. 그러나 불교와 인접해 있었던 종교[우리의 경우 무속]나 그 매개 집단이 불교의 습합 과정에서 그들을 신화적 소재로 차용하여 자신들의 새로운 신화소로 꾸며서 표현한 습합의 한 현상으로 보인다.

03 해와 달을 각각 하나로 만드는 과정은 여기 ‘창세가’에서는 불분명하게 나타나지만, ‘주몽신화’ 등과 같은 우리 ‘건국신화’ 일부분에서 태양과 달에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신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타 민족의 경우에도 태양에 활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흔적은 발견되지만, 달을 쏘았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달 하나를 떼어 북두칠성과 남두칠성을 마련한 것은 동서남북의 28수 관념에 두고 있는 것이며, 후대에는 칠성이 인간의 수명복록(壽命福祿)과 밀착되어 ‘칠성신앙(七星信仰)’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04 천부지모는 우리 민족 신화의 특징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하늘의 자손[천손(天孫)] 계열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나 해부루신화 등이 천손계통신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05 신화에서 병(甁)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자궁(子宮)을 상징하는데, 다산(多産)과 풍요를 뜻한다. 줄은 솟대처럼 천계와 지계를 이어주며 통로 구실하는 세계축의 상징을 띤다.

06 무릎은 보편적으로 사물을 생성하는 힘, 활력과 강인함을 의미하는 신화소다. 자식을 무릎에 앉히는 것은 부권을 뜻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진정한 보살핌을 의미하기도 한다. 슬하(膝下)라고 하는 용어 역시 같은 뜻으로 사용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슬하의 자식이란 친자(親子)의 확인이면서 양육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릎은 남성의 권위와 여성의 생산력을 포괄하고 있는 신화적 상징인 셈이다.

07 모란꽃은 양(陽)에 속하는 몇 안 되는 꽃 가운데 하나로서 남성적 자질이나 행복을 상징하며, 꿀벌 이외에는 범접하는 곤충이 없기 때문에 황제의 꽃으로도 인식된다. 실제로 꿀벌만이 날아드는 꽃이고 꿀벌은 남성을, 나비는 대체로 여성을 의미하므로 모란꽃은 양의 정기만이 가득한 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창세가’에서 남녀 인간 중 남자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 즉 태양의 정기를 받은 금벌레가 금쟁반에 떨어져 남자가 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미륵은 태양신적 성격을 간직한 신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태양의 원리를 구현하여 자연의 상태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양상을 어느 신이 더 온전하게 구현하는가 하는 것이 모란꽃 피우기 시합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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