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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량고사(上樑告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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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17 조회1,3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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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조상들은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나무와 바위 그리고 미물(微物)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신(神)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가족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안식처인 가옥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통 가옥의 중추인 상량에 성주신(城主神), 안방에 아이를 점지하여 주는 삼신, 부엌에 불을 맡고 있는 조왕신(王神), 마당에는 터주신, 뒤꼍 장독대에는 천룡신(天龍神), 우물에는 용왕신, 뒷간에는 측신(⋅神), 문간에는 문간신, 광에는 업신 등 집의 곳곳에 신이 깃들어서 가족의 안녕을 지켜주는 동시에 복을 내려준다고 믿었다. 이 신을 가신[家神, 혹은 가택신(家宅神)]이라 하는데, 가택의 각 요소에 안치되어 있는 집안을 지켜주는 집지킴이 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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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지킴이 신들 중 단연 으뜸은 바로 성주다. 성조(成造) 혹은 마룻대에 존재한다고 해서 상량(上樑)이라고도 하는데, 가신 중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가택의 본채를 담당하여 지키는 신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집의 건물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운수를 관장하고 있는 신으로, 그 가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가장 즉 대주(大主: 세대주)를 상징하고 그 수명과 운수까지를 담당한다. 그러기에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신성시되고 최고 상위가 되는 상량에 봉안되어 있다.

  이렇게 성주가 가옥의 최고 상위인 상량에 봉안된 데에는 다음 두 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성주굿의 ‘성주풀이’01에 천신이 지상에 내려와 집 짓는 법을 마련하여 인간을 보살핌으로써 가정을 지키는 성주신이 되어 가옥의 중추인 상량에 자리 잡았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곧 성주는 신계(神界)의 천신(天神)02이 거하는 위치가 천상에서 높은 곳이기 때문에 가택에서도 최고 상위인 상량에 봉안되어졌다. 다시 말해 민간신앙에서는 최대의 위력자인 천신을 가옥 내에 봉안함으로써 그 천신의 가호(加護)에 의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교적 심성이 짙게 배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천신이 하나인 것처럼, 성주도 한 가옥에 하나의 성주만이 존재하다. 가령 한 집안에 몇몇 가정이 세를 들어 사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본채 상량에 좌정한 하나의 성주에 의해 여러 가정이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다음 ‘황우량과 막막부인’03 신화에서는 성주가 가신 및 가정 일체를 관장하고, 집안에서 최고의 신으로 후대인들에게 꾸준히 대접을 받게 되는 내력을 서술하고 있다. 

 

  “천계의 신 천사랑과 지계의 신 지탈부인이 결연(結緣) 해 황우량을 낳았다. 황우량은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두루 통달했고, 게다가 집짓기에 재주가 있어 천지를 통틀어 그보다 잘 짓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인간세상이 너무 그리워 옥황상제께 인세로 내려 보내 달라고 간청한다. 인세로 내려와서는 지계 신의 딸 막막부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한 신혼 생활도 잠시, 어느 날 천계의 궁궐이 느닷없이 무너지는 변고가 발생해 옥황상제의 명으로 천계에 올라가 궁궐을 짓게 된다. 그 사이 소진량이라는 한 사내가 나타나 막막부인을 자신의 노비로 만들어 버렸다. 천계의 궁이 모두 완성되어 내려왔지만, 부인은 소진량에 잡혀 노비가 되어 있었다. 황우량은 신속히 부인을 되찾은 후,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화가 난 황우량은 소진랑과 그 식솔들을 잡아 어디 가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승과 돌무더기인 성황당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인적 드문 고개 마루에 세워 두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이 던져주는 음식이나 침을 뱉으면 그것을 받아먹고 살게끔 하였다. 다시 행복을 누린 부부는 비록 자식은 없었지만, 평생을 금실 좋게 살다가 한날한시에 죽었다. 이를 측은하게 생각한 옥황상제는 황우량을 집안 가장 높은 곳인 상량에 좌정시켜 집안의 모든 운수와 가신을 관장하는 성주신을, 막막부인은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신으로 만들었다. 그 후로 집을 짓거나 이사를 갈 때 사람들은 상량과 뒤뜰에 각각 제물을 차려놓고 그 앞에서 축원을 드리면, 성주신과 터주신이 그 집에 좌정하여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내려준다고 믿었다.”

 

  위 신화에서 ‘성주풀이’처럼 성주를 직접적인 천신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천부지모(天父地母)’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04 이는 천신과 지신이 결연해 인격신의 탄생이라는 신성성을 부여하고, 또 인격신은 최소한의 길흉화복과 인간사에 관여하기에 사람들로부터 숭배 또는 경외를 받는 대상이 됨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여기 성주도 하나의 인격신으로 상정하여, 신이기에 성스러우면서도 인간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믿는 데에서 비롯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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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믿음은 성주를 맞아들이려는 봉안 제의로 발전되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도 그 맥을 잇고 있는 ‘상량고사[上樑告祀, 혹은 상량식(上樑式)]’이다. 집[한옥]을 짓는 과정에서 기둥 위에 보를 얹고 지붕틀을 꾸민 다음 상량대를 놓을 때 올리는 제의로, 여러 가신 가운데 가장 성대하게 올린다고 한다. 대개 대주의 나이가 7이 드는 해 음력 시월 중에 길일(吉日)을 정하며, 여러 고사와는 달리 길시(吉時)까지 명확히 정해 치성을 드리게 된다. 대주와 상량 일시가 정해졌다면, 대목(목수)은 상량대 한 면[배바닥]을 다듬어 매끈하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상량고사에 있어 핵심이자 귀결인 상량문(上樑文)을 적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량문 내용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에 ‘응천상지삼광 비인간지오복(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 천상의 세 빛[해, 달, 별]에 응하여 인간에게 오복을 내려주소서)’이라는 글귀를 적고, 다시 좌우 끝에는 ‘용(龍)’ 자와 ‘구(龜)’ 자를 서로 마주 대하도록 적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두 동물을 좌우 끝에 넣는 이유가 예로부터 물을 관장하는 신[수신(水神)]이므로 이렇게 적어두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해준다는 속신이 곁들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외에 누락된 세부 내용은 별지를 마련하여 적어놓는데, 이를 묵서명(墨書銘)이라 한다. 여기에는 집을 짓게 된 동기와 좌향(坐向), 완공 후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찬문(讚文), 집을 짓는 데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 글을 쓴 시기 등의 부수적인 이야기를 적어 넣는다.

  제의가 시작되면 상량문(上樑文)이 쓰인 상량대를 상량할 위치에 놓고 그 앞에 제상을 차려둔다. 특히 상량고사에서는 천신인 성주신만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여러 가신에게도 작은 상을 별도로 준비한다는 점이다. 제상에는 돼지머리 또는 북어와 쌀, 시루떡, 과일, 술, 돈 등의 제물(祭物)을 차려놓고 향불을 피워 정해진 대주가 두 번씩 3회 절을 한다. 이때 안주인은 직접 제의 참여는 하지 않고 간략하게 비손05만을 한다. 대주의 절이 끝나면 자식과 친척들도 차례대로 절을 올리고, 부어 놓았던 술을 상량대에 뿌리면서 성주신께 자손대대로 무병장수와 가정 화목을 빈다. 절이 모두 끝나고 나면 돈과 광목(廣木, 넓게 짠 무명천), 명태, 실, 쌀(한지로 봉투에 쌀을 보관)을 상량대에 매거나, 상량대에 홈을 파서 따로 대나무 통으로 밀봉하여 봉안한다. 대주의 경제력과 지역 풍습에 따라 다소 상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것이 성주신의 신체(神體)가 된다. 한편으로는 성주단지라 하여 쌀을 단지에 가득 담아 대청 중심부나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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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량고사를 마친 후 돈과 광목은 대목이 옷을 해 입도록 배려하며, 북어는 잡일을 하는 사람들의 술안주로 쓰인다. 한지에 넣었던 쌀은 상량고사 1주기가 되는 날 떡을 해서 먹게 된다. 그리고 대목은 집주인을 위해 해학의 한마당이 펼치는데, 집주인을 상량대에 태우고 흔드는 소위 ‘그네 태우기’다. 상량대를 바닥에서 1m쯤 올린 뒤에 이에 잡아맨 무명 끈을 한 번 감아서 고정시킨 것이 그네이다. 목수들은 주인을 이 위에 앉히고 줄을 흔들면서 “이 집에 살면 부귀공명을 누리고 자손이 번창하리요!”라는 덕담을 늘어놓는다. 이때 주인은 상량채(上樑債)라 하여 현금을 상량대에 얹어 놓거나 백지에 금액을 써 붙이기도 한다. 그런 후 목수들이 구경꾼까지 그네에 한 번씩 태우고 나면, 이제 대주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하나 되는 뒤풀이 장을 만들기에 분주해진다. 그것은 신에 대한 대접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힘들여 일한 인부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남은 일도 잘 부탁한다는 대접의 의미도 담겨 있다. 또 이웃 주민들에게는 공사하느라 끼친 소음에 대한 미안함과 나아가 마을의 화합과 소통을 표하는 미덕이기도 하다.

  이렇듯 상량고사는 상량대에 좌정한 성주신에게 가정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빌고 자손이 번창하고 액운이 끼지 않도록 기원하는 제의였다. 여기에는 천신이 우주만물을 관장하듯, 성주가 집안 전체를 두루두루 보살펴 준다는 믿음에 그 기저를 두고 있다. 곧 성주신은 우주의 천신이 인간의 삶 한가운데로 스며든 가옥 내의 천신인 셈이다. 그러기에 성주신의 좌정처가 되는 상량은 천계와 인간계를 연결하는 우주목[宇宙木: 신목(神木)이라고도 함]으로 집안에 존재하게 된다는 상징적 의미도 제시해 준다. 한편 앞서 살펴보았듯이 상량고사는 성주신에게만 국한된 제의는 아니었다. 터주신, 조왕신, 삼신, 조상신, 업신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신(家神)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우리네 조상들이 신을 경외하고 숭배하며 천리에 순응하려는 민족 정서가 짙게 배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정서가 모든 것을 신께 마땅한 예로써 정성껏 대접하려는 하나의 상량고사를 창출한 것으로 생각된다.

   

 

★ 참고문헌 

 

김광언, 『우리문화가 온 길』, 민속원, 1998.

김광언, 『한국의 집지킴이』, 다락방, 2000.

김금화, 『김금화의 무가집』, 문음사, 1995.

김종대, 『민간신앙의 실체와 전승』, 민속원, 1999.

김태곤, 『성주신앙』, 후진사회문제논문집 2, 경희대학교, 1968.

김태곤, 『한국무가집』Ⅰ∼Ⅵ, 원광대학교민속학연구소, 집문당, 1971∼1980.

김태곤, 『한국무속연구』, 집문당, 1981.

김태곤, 『한국민간신앙연구』, 집문당, 1983.

김형주,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민속원, 2002.

이능화(저) 이재곤(옮김),『朝鮮巫俗考』, 동문선, 1991.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村山智順(저) 김희경(옮김),『朝鮮의 鬼神』, 동문선,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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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1-6 ‘안동 제비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 참조. 

02 민간신앙에서 나타나는 천신은 특정한 직능을 지닌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하늘신인 지고신의 개념에 가깝다. 그런 천신(天神)을 오래전 상주(上主)라고 했는데, 여기서 ‘상(上)’이 음성 모음화해서 ‘성’으로 ‘성주’가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0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1. / 『한국민속대관 6』,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82. 참조. 

04 천부지모는 우리 민족 신화의 특징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천손(天孫)계열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나 해부루신화 등이 천손계통신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05 간소한 상을 차리고 손을 비비며 빌어서 잡귀를 풀어먹이는 가장 간단한 의식이다. 손으로 비빈다는 뜻에서 ‘비손’이라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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