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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으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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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보경 작성일2018.11.20 조회3,9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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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1-6 방면 교정 김보경

  

  저는 작년 가을부터 여주본부도장에서 수호를 서고 있습니다. 도장에 체육대회 행사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참여해 본 적은 없습니다. 더구나 작년 가을엔 체육대회가 없어서 어떻게 준비되고 진행되는 건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봄에 체육대회를 한다고 수호조장 임원이 체육대회 때 방면 장기자랑에 하는 율동을 해보라고 권하는 겁니다. 율동은 끼 있는 사람들이 할 거라 생각했었기에 제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평소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율동에 대해 별 마음이 없었습니다. 방면 임원분과 통화하다가 우연히 율동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임원께서 좋은 기회라고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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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하고 10년 동안 음악 듣거나 춤을 춰 본 적이 없어서 율동을 배운다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꼭 이런 것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니 의지가 안 생겼습니다. 게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동작이라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어찌나 힘들던지 끼니 때가 되어도 밥보다는 그저 눕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 모인 율동팀 인원들이 대부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고 행동도 마치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온몸에 힘이 빠진 듯이 움직이는 사람들인 겁니다. 게다가 이번 안무는 댄스 위주가 아닌 태권무를 기본으로 하는 힘있는 동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태극 1장에서 8장까지 품새를 배우는 건 물론, 체력보강을 위해 왔다갔다 뛰기를 반복하고, 아랫배에 힘주고 기합을 넣고, 게다가 태권도 폼이 나려면 끊어 치고 찌르고, 다리를 일자로 찢고 십자로 찢기, 각을 잡는 동작까지 너무 힘들어서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를 실감했습니다. 선각이 하라고 권해서 한 것이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율동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고행 수도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댄스는 약간의 끼를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멋있게 보이지만 태권무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태권무 동작들은 한마음으로 박자에 맞춰서 서로를 살피고 여럿이 하더라도 마치 한 사람이 하는 것 같은 모습일 때 멋있습니다. 게다가 음악조차 ‘손에 손잡고’로 우리에게 화합할 것을 요구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율동팀이 만들어지던 초기부터 개인주의에 다들 자기중심적, 심지어 ‘마님’들만 모였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을 챙겨주고 살펴 줘야 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힘든 것이 화합이었습니다. 처음 연습실을 만들 때도 지금까지 했던 율동팀들은 스스로가 알아서 했다는데 이번엔 스티로폼 깔고 그 위에 장판 까는 것까지 다른 수호자들이 와서 해주고, 쉬는 시간 참을 먹을 때도 이것저것 가려가면서 못 먹느니 안 먹느니 ‘마님’인양 가리는 것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너무들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없이 따로따로 흐느적거리니 한번은 지도하는 임원분께서 우리들한테 그냥 들어가 쉬라고 하면서 가버리셨습니다. 심지어 우리들 동작을 바로 잡아주던 트레이너들까지도 연습실에 우리만 남겨두고 불까지 끄고 가버리는 겁니다. 지금까지 계속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며 챙겨주던 분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습실을 나가니 우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심지어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원분께서 간식으로 통닭 사뒀으니 먹고 쉬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오히려 우리는 숙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 자고 있는 팀원까지 깨워 와서 밤새 우리끼리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힘들어 하던 사람들이 그날 밤엔 무슨 마음으로 연습을 자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동작을 못하는 사람이 마음에 걸리고 왜 저렇게밖에 못하나 짜증도 나고 연습진도가 늦어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그날 일이 있고 난 뒤 서로 살피고 같이 한마음으로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의 동작을 하나하나를 챙겨주던 트레이너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마님처럼 남들이 챙겨주는 것만 받다가 나중에는 주는 대로 먹고 일 열심히 하는 머슴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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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대회가 가까이 오자 우리는 의상을 준비하고 대열 변환도 연습하고 운동장에서 리허설까지 마쳤습니다. 가슴 두근거릴 새도 없이 체육대회 날은 다가왔고 방면에서 참석한 천 명이 넘는 인원들이 간단한 단체 율동을 운동장에서 선보였습니다. 드디어 우리 율동팀이 준비한 장기자랑 시간이 되고 화합하여 잘해낼 수 있기를 심고 드렸습니다. 연습했던 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싣고 힘을 실었습니다. 우리가 잘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을 향해 찌르는 주먹에 나태함을 가르고, 힘 실어 뻗어 차는 옆차기로 의지 없던 과거를 차버렸습니다. 가슴에 모은 두 손에 화합의 의지를 모아 하늘을 향해 팔 벌려 세상에 화합의 기운이 펼쳐지길 기원했습니다. 초록의 운동장 잔디 위에서 연체동물인양 의지 없이 흐느적거리던 지난날의 내 모습은 화합이란 골격을 가진 새로운 나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이제 체육대회도 다 끝나고 연습실도 정리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어떤 율동을 했는지 동작들이 생각조차 나지 않습니다. 차라리 기억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작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스로의 의지를 세우던 그날 밤, 그 느낌은 생생합니다. 다른 도우들에게도 율동할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스스로가 개벽될 뿐 아니라 단체생활에 화합이 되고 서로 살피고 마음 쓰는 걸 배우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방면에서 포덕사업에만 심고 드리는 것이 아니라 도에서 행사는 무엇이든지 책임감을 가지고 심고 드리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순회보>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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