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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니 차선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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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굥균 작성일2018.11.20 조회3,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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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방면 평도인 이공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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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쉴 새 없이 절하는 것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마냥 키득거리기만 했던 어린 시절. 그게 입도식이라는 걸 안 것은 키가 무려 20센티나 더 자란 후였습니다. 이즈음의 저는 수도생활에만 전념하시는 부모님을 많이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어려웠던 집안의 경제 여건은 학비를 대기는커녕 당장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저는 소위 남들이 말하는 비행청소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삐뚤어져 가는 시간 속에 서서히 가족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던 중 어머니의 암 진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후두암으로 시작했던 것이 대장암, 소장암, 자궁암, 그리고 위암까지 연거푸 발병하기 시작하면서 생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려서부터 무관심 속에서 자랐다는 생각에 가족에 대한 정이 많이 없어서 그랬는지 전 어머니의 암 소식을 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지칠 때로 지친 어머니께서는 그 와중에도 ‘도(道)’라는 끈을 놓지 않으셨고 그런 모습을 본 저는 반발심에 ‘만약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머니의 믿음은 틀린 것이 되겠지.’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수술에 의사조차 가망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거듭하면서 가족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던 중에도 저는 그저 덤덤하게 지켜보기만 하였습니다. 가족들의 걱정에도 어머니께서는 정작 자신의 안위는 태연스럽게 받아들이시고 오히려 도 사업을 하는 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만을 더욱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전경』에 실려 있는 맹자 한 구절을 외워주셨습니다.

  “『전경』에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 

行 拂亂其所爲 是故 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이라는 글이 있단다.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먼저 마음을 수고스럽게 하고 육신과 마음을 괴롭게 만들며, 뜻하는 바를 어지럽게 만들어 더욱 큰 사람이 되게 만든다는 뜻이란다. 이게 다 도에서 부족한 나를 크게 쓰시기 위해 시련을 주시는 것이라 생각할 따름이다. 그러니 이 도라는 것이 내 목숨 줄과도 같은데 어찌 놓을 수 있겠느냐.”

  당시 비관적인 생각들로 살아가던 저에게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신 『전경』 구절은 인생을 뒤흔드는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가난하고 무관심한 환경 속에서 자라오면서 너무 내 생각만 한 것은 아닌지, 잃은 것만 좇다가 소유하고 있던 것들마저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이라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후 마지막 위암 수술까지 무사히 마친 어머니께 의사선생님은 ‘기적’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안도의 숨을 쉬며 또 한번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일이 저에게 어머니께서 믿는 진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수술을 마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공부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여주본부도장으로 같이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때 도장에서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그저 무섭고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특히 성치 못한 몸을 이끌고 공부에 들어가신 어머니 걱정에 난생 처음 밤새 수호라는 것을 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큰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잠도 안 자고 이러고 있을까? 대순진리라는 것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갑자기 일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무사히 마치시고 나온 어머니께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공부 중에 걱정은 안 하셨냐고 물었더니 그저 방긋 웃으시며 “상제님이 계신 곳인데 걱정을 왜 하느냐.”라고 답해주셨고, 상제님부터 도주님 그리고 도전님까지 이어지는 연원에 대한 교화를 해주셨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도인들이 하는 일들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밤새 수호를 서며 품었던 궁금증을 풀 수 있었습니다. 

  사태로 인해 도장 내에 먹을 것이 많이 모자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우연찮게 무를 10톤가량 올리신 적이 있습니다. 그 사연인 즉,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고 계실 때도 포덕사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는데, 그때 같은 병실 사람을 포덕하여 그분의 소개로 다른 분을 포덕하기 위해 나가셨습니다. 포덕할 분이 무 농장 주인이라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습니다. 만나서 말씀을 나누던 중, 농장 주인이 무를 다 뽑지 않으면 썩혀버리게 되니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가라는 거였습니다. 당시 도장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어머니께서는 반가워하며 농장 주인과 약속을 한 뒤, 다음 날 기쁜 마음으로 도장 트럭을 몰고 나오는데 가는 길을 잃어버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심고를 드리고 있자니 갑자기 눈앞에 동자ㆍ동녀 두 명이 나타나더니 즐겁게 뛰어가고 있었다 합니다. 깜짝 놀란 어머니께서 동자들이 뛰어가는 쪽으로 길 안내를 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무밭에 도착하였고 동자ㆍ동녀는 웃으면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장에 무를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어머니께서는 그때 당시에 아프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유가 도(道)에 쓰일 때가 있어서 그런 거였다면서 오히려 상제님께 항상 감사드린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몸이 상하는 건 괘념치 않고 오로지 도(道)만 보고 달려오신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그런 어머니가 많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어머니께서 하시는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항상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저의 나쁜 모습을, 몸소 보여주심으로써 고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후 저에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순진리회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는 생각 대신, 보이진 않지만 그동안 받아왔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고 많은 분들과 어울림에서 땀 흘리며 웃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위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대순 도인들의 모습에 너무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머니의 아들이 아닌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그리고 도인으로서 선각자이신 어머니께 말로는 다 표현 못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니 차선감요! 아주 많이 사랑하고 감사합니데이~ 힘내세요. 파이팅!!”

 

<대순회보> 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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