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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해원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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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서경 작성일2019.03.12 조회4,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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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30방면 교무 김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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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수도의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수도과정에서 많은 것이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저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싫어하다 보니 세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져 자기 개발을 비롯해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매사에 자신감이 없이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비롯된 것을 자신으로부터 그 해답을 찾지 않고 회피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잘못과 허물을 뉘우치려고 하여도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수도를 해 나감에 있어 늘 저를 따라다니는 마음속에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겨진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도를 하면서 제가 풀어야할 또 다른 미해결 과제 중에 하나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입도를 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한동안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했습니다. 아버지는 매사에 욱하는 성격이 있어 가족들에게 직선적으로 대하시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고 언제나 자신의 견해에 따라 모든 것을 주장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대나무처럼 완강하게 고집이 센 외골수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무뚝뚝하고, 엄하신 아버지는 사소한 잘못에도 못마땅해 하시고, 제가 학교에서 오해나 부당한 처우로 곤란한 일을 당하여도, 언제나 저의 편에서 걱정해 주시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나에게로 돌려세워 저를 탓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이 가득했고,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어떨 때는 나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가끔 수도를 하면서 아버지의 성격과 제 성격이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도 느끼고, 도리를 배우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이지 아버지와의 관계를 잘 풀어가게 해달라며 정성에 정성을 드렸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아버지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해 아버지의 성격과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좋은 점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으시고, 정도 많으셔서 밖에서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좋으셨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조금이나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수도하면서 마음을 닦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에는 늘 짜증과 화가 차 있었고, 순간순간 그러한 감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습니다. 가끔은 선각자분들은 저의 이런 짜증과 화가 어린 시절부터의 사건과 상처들로 말미암아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제 내면에 상처받은 어린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의 일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재정리하며 상처를 회복해야 한다고 교화를 해 주셨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그 때 감정이 똑같이 되살아나 하염없이 눈물 흘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를 사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수많은 단점이 싫은 건 여전했습니다. 저의 단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반성하고 심고를 드렸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선각자분께서 ‘내면아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영상물을 보여주셨습니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는 어린 시절, 어떠한 사건이나 상황에 의해 상처받은 어린 마음이 자라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자리 잡게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린 마음이 자리 잡게 된 그 사건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상처가 다시 드러나 ‘화’를 일으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하는 아킬레스건을 뜻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며 제 내면의 짜증과 화가 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상처받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에 대여섯 살쯤의 일입니다. 어린 저는 조금씩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있었고,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누군가로부터 500원의 돈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500원은 어린 제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먹고 싶은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을 수 있었고 재밌는 장난감을 주는 뽑기도 5번이나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돈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손에 꼭 쥐었다가 펴보며 돈이 제 손안에 잘 있는지 계속 확인했었습니다. 그러다 순간 그 돈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떨어뜨린 500원은 아버지가 앉아계시던 의자 밑으로 굴러 들어갔고 저는 그 500원을 따라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던 500원이 눈에 보이자 저는 아주 기쁜 나머지 ‘찾았다!’고 외치며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갔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벌떡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쿵! 소리를 내며 저는 의자에 머리를 박았고 함께 아버지의 ‘아, 뜨거워!’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놀란 제가 급히 몸을 빼 나와 보니 아버지의 옷이 뜨거운 커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화난 얼굴로 제 뺨을 때렸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왜 그런 일로 아이의 뺨을 때리느냐며 아버지를 나무라셨고, 아버지도 제게 미안하셨는지 뺨을 부여잡고 울던 저를 데리고 근처 슈퍼로 가서 말없이 과자를 사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저는 큰 상처를 입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몰랐던 제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때 저는 아버지가 저를 왜 때리신 건지, 제가 맞을 정도로 그렇게 잘못한 일인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제가 실수로 잘못한 일에 크게 화를 내시며 때리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저를 때린 게 제가 싫어서, 미워서 때렸다고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로부터 부정당했다는 상처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내면아이는 그 당시, 아버지로부터 부정당했다는 상처를 안고 울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에게 세상 전부나 다름없던 아버지는 엄하고 무서웠어도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감기몸살로 크게 앓아누워있던 제가 걱정되어 제 이마에 손을 얹고 난생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도 드리고, 칭얼거리는 저를 넓은 등으로 업어주시던 아버지이셨습니다. 아버지가 욱하는 마음에 제게 한 실수로 인해 저는 아버지가 저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는 곧 세상이 저를 싫어한다고 느끼게 하였고, 그로 인해 저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느끼며 평생을 제 안에서 울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세상이 저를 좋아하지 않기에 제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게 당연했고, 또 남들도 저를 미워하고 부정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달리며 평생을 괴로워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저는 제 내면아이와 마주하자 많은 눈물이 났습니다. 제 안의 상처가 너무 안쓰러워 머릿속으로 제 자신을 꼭 안아주며 함께 울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서경아, 많이 아팠겠구나. 그동안 많이 슬펐겠구나. 아니야, 아버지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아버지는 너를 많이 사랑해. 그날 아버지는 예민해하셨고, 네 마음을 헤아려주는 법을 잘 모르셨을 뿐이지 너를 미워한 게 아니야. 너를 부정한 게 아니야. 서경아, 정말 미안해. 이런 네 마음도 모르고 나조차도 너를 너무 미워해서 미안해. 평생 아픈 네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진심으로 저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해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나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헤아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끼게 되면서 마음 한편에 묵혀져 있던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면 아이를 찾고 제 스스로 다독거리며 아버지가 그때 왜 그러셨는지, 아버지의 진짜 마음이 어떠한지 잘 설명해주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쌓였던 척이 풀리게 되니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눈물을 한참 흘리고 나니, 마음이 진정되면서 저와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정성을 들였었던 스스로가 대견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동안 들였던 정성이 정말 어디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의 정성이 있었기에 ‘내면 아이’에 대하여도 정리가 쉽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정성으로 저에 대한 척과 아버지에 대한 척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든 일은 때가 되면 풀린다고 하셨는데, ‘내면아이’를 보고 나니, 많은 것들이 정리 되었습니다.
  제 수도를 하면서 선각자들은 저에게 늘 이 구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대할 때에 그 장점만 취하고 혹 단점이 보일지라도 잘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라.”(예시 46절) 하시면서, 저 자신부터 그렇게 대하라고 하셨습니다. 또, “어떤 사람을 대하더라도 다 존경하라.”(교법 1장 10절)하시며,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버지에 대하여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잘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아버지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깊고 깊은 상처를 직접 마주하며 치유할 길을 열어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선각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런 저의 겁액을 풀어주신 상제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와 아버지 사이에 맺혔던 원과 제 자신에게 맺혔던 원을 잘 풀어서 제 마음을 밝혀준 상제님의 도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참된 수도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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