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의 의미와 효용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HOME   >  열린마당   >   오피니언  

오피니언

경청(傾聽)의 의미와 효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6 조회4,027회 댓글0건

본문

연구위원 박영수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 데서 경청(傾聽)이 지니는 의의는 깊고도 큽니다.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이 경청의 의미만 서로 깊이 있게 이해해도 발생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은 관계의 문제 해결뿐 아니라 사회적 성공 여부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생활에 성공하고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힘의 85%는 인간관계에서 결정되고, 그 인간관계의 핵심은 바로 듣기 능력[경청]이라고 합니다.01 『전경』에 “어디서 무슨 부족한 일을 보고 당하여도 큰일에 낭패될 일만 아니면 항상 남을 좋게 말하기를 힘쓰라”02는 상제님 말씀도 남이 힘들게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큰 과차가 없으면 비판하지 말고 주의 깊게 들어주라는 경청의 의미로 새겨볼 수 있습니다.

6a81ac8e265a6c449e17e4b4801ac2ac_1543197
  경청은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듣는 것입니다. 경청의 의미를 자구(字句)대로 풀어보면, 경(傾)은 사람 인(亻) 변에 머리 삐뚤어질 경(頃) 자를 합하여 머리를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경청에서 경은 몸과 마음을 상대방에게 기울이는 것입니다. 몸이 가는 데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데 몸이 가는 법입니다. 상대방에게 머리를 기울이면 상대방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내 마음도 그의 마음을 향하게 됩니다.  
  청(聽)을 파자(破字)하면 ‘聽 = 耳 + 壬 +[㥁 = 直 +心]’입니다. 덕(德)은 곧은 마음이고 정(壬=呈)은 내밀다는 뜻이니, 청의 의미는 ‘귀를 내밀고 똑바른 마음으로 잘 듣다.’라는 뜻이 됩니다. “귓구멍이 나팔통 같다.”는 속담이 있듯이 청은 상대방에게 귀를 크게 열어 놓고 올바른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올바른 마음, 즉 정심(正心)은 일지심(一止心)입니다. 일심에 머무는 마음이 바로 정심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그 마음이 일심입니다. 정직하고 진실한 인성(人性)의 본질에 머무는 마음, 그것이 일심입니다. 그러므로 듣는 것에서도 무자기(無自欺)를 근본으로 해야 합니다.
  결국 경청은 정직하고 진실한 양심의 자리에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경청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라 하겠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청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동음이의어로 경(傾)은 공경 경(敬) 자와 통하고 청(聽)은 푸를 청(靑) 자와 통합니다. 상대방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맑고 밝은 진실한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청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의 당사자들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맑고 밝고 깨끗하게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으로 서로 존중하는 입장과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하여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는 듣기는 해도 경청이 되지는 않습니다. 경청의 경(傾) 자가 공경 경(敬) 자와 통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입니다. 경청은 일방적인 듣기가 아닙니다. 경청은 양방향의 소통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심이 없이는 경청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6a81ac8e265a6c449e17e4b4801ac2ac_1543198
  또한 진정한 의미의 경청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 릭 웨렌(Rick Warren)이 전한 연구에 의하면, 듣는 방식에는 네 가지 기본 형태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남을 판단하는 ‘판단하며 듣는 사람’이 인구의 17%이고, ‘질문하며 듣는 사람’이 26%며, 상대방을 말을 듣자마자 어떤 조언을 해 줄 것인가부터 생각하는 ‘조언을 하며 듣는 사람’이 35%나 되고,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기분까지도 공감하는 ‘감정이입을 하며 듣는 사람’이 22%라고 합니다. 그는 귀로만 듣지 말고 눈으로 들으려고 노력해 보라며 ‘감정이입을 하며 듣는 사람’이 사용하는 접근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없이는 말 이면의 기분과 감정에 동조하는 깊은 경청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첫째는 허심(虛心), 둘째는 존중, 셋째는 사랑입니다. 이것이 경청에 이르는 3단계입니다. 그릇은 비워야 물건을 담을 수 있고 마음은 비워야 도(道)를 담을 수 있는 법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무자기를 근본으로 대화에 임하고, 상대방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입장과 자세로 시종 자애롭고 화기로운 분위기에서 관심과 사랑으로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음색, 얼굴표정, 손동작, 기분을 헤아리는 것까지 온몸으로 듣는 것이 경청입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경청이란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귀를 크게 열어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경청은 우리의 수도생활에서 중요한 효용과 가치를 지닙니다. 경청의 효용은 우선, 부주의한 대화로 남에게 척(慼)을 짓지 않게 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데서 늘 경청의 자세로 임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거스르거나 서운하게 하여 척을 짓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대순지침』에 “내 경위만 옳고 남의 주장을 무시하는 데서 반발을 일으켜 서로 미워하다가 마침내 원한을 품어 척을 맺는 법이다.”03라고 하였습니다. 
  경청의 효용은 다음으로 원활한 소통(疏通)의 윤활유가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막힘이 없이 서로 통하는 것이 소통입니다. 소(疏)는 트인다는 뜻인데 서로 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막혀 있던 것이 트여야 합니다. 소(疏) 없이는 통(通)이 없습니다. 소(疏)가 되려면 마음이 열리는 것이 필요한데 경청의 자세로 내가 먼저 열어야 상대방도 저절로 열리는 것입니다. 무자기, 존중, 사랑이 있는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봄볕에 눈 녹듯 녹아내리게 합니다.
  경청의 효용은 또한 적절한 리더쉽의 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리더쉽(Leadership)의 L은 리스닝(Listening)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리더쉽에서 경청은 중요합니다. ‘lead’라는 단어의 어원은 ‘go(가다)’, ‘travel(여행하다)’, ‘guide(안내하다)’에서 유래했습니다. 여행 가이드가 어떤 여행자를 안내하기 위해서는 그 여행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아야 하듯이 리더(leader) 또한 경청을 통하여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 그 사람을 올바르게 인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말 자체에 지도자로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전경』에 발언상욕눌(發言常欲訥)04, 말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더듬거리기를 바라라 했고, 영국 속담에는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금언입니다.
  지금까지 경청의 경에서는 공경, 청에서는 맑음을 연상하여 무자기를 근본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입장과 자세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기분상태까지 공감하는 것이 경청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청의 효용은 부주의한 대화로 남에게 척을 짓는 일을 예방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리더쉽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언급하였습니다. 경청은 실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여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처세의 연금술임을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대순회보> 163호

---------------------------------------------------------
01 데일 카네기(최염순 역), 『카네기 인간관계론』(서울: 씨앗을뿌리는사람, 2004) 참조.
02  권지 2장 24절.

03  『대순지침』, p.27.
04  행록 3장 49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2616)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전화 : 031-887-9301 (교무부)     팩스 : 031-887-9345
Copyright ⓒ 2016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