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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人尊)과 해원상생(解冤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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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6 조회4,1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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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호용 

 

  우리는 스스로 소우주라 사유하며 어느 생물보다 더 위대하고 신비한 존재로 생각해왔다. 인간을 소우주로 이해하는 생각은 경이로운 우주의 웅대함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존엄성이 일부 특권층에 치우친 경향으로 인간사회는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여 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인존사상은 사람을 새롭게 이해하고 공평한 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우리가 인존을 이해하는데 주요한 안목은 사회구성원의 개개인보다 사회 곳곳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는 전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해원상생의 진리와 덕목은 인존사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이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다. 특히 인간사회는 어느 생물의 집단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여왔다. 거대하고 고도화되는 사회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였고 그 권위를 인간 외적 존재로부터 발견하였다. 아무리 발달하고 조직적인 사회를 형성하더라도 천재지변에는 지금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외적인 조건인 자연은 공포의 대상이자 경외의 대상이 되었고 신성한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자연은 최고의 권위를 누리며 생명과 존재의 근원처가 되었다.
  ‘인간은 소우주다.’는 사유는 자연 즉 천지(天地)를 닮았다는 개념이다. 하늘과 땅은 구조나 성격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하늘은 둥글고 무한하며 그 성품이 양양하다. 그리고 땅은 네모나 방정하고 그 성품은 후덕하다. 이 두 가지의 범주는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틀이 되었고 인간은 이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소우주 관념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땅보다는 하늘을 더 높이며 사람은 하늘과 땅을 차별하였다. 하늘을 숭상한 반면 땅이 상대적으로 천시되고 심하게는 죄악시되며 세계는 이분되었다. 이 차별은 단지 하늘과 땅의 차별로 끝나지 않고 모든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신분차별의 근거가 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신성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신성한 정신세계와 천박한 육체로 이분하여 사유하고 남녀의 차별, 신분의 차별, 인종의 차별 등의 상극적인 현상이 만연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인간사회의 정치권력, 경제권, 정신문화의 근간인 도덕성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하늘은 근본으로 자리하였다.
  상극적인 양극화 현상은 인간사회를 투쟁의 장으로 만들었고 그 갈등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의 지성은 각종 차별에 따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여 여성해방이라든지 민주, 인권, 자유 등의 근대정신을 선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과 대립이 재생산되며 이러한 현상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투쟁과 갈등,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그 어느 시기보다 필요하다.

  

선천에서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되 이것은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이 뒤로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들어야 하느니라.(교법 1장 62절)

  

  이렇듯 하늘과 땅의 차등에서 빚어진 차별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사회 문화가 형성되려면 하늘만큼 땅의 위상을 높여 땅의 가치를 인정할 때 가능하다. 상제님께서는 지덕을 강조하시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관계를 고르게 하셨다. 오랫동안 하늘을 우선하던 문화적 관습에 젖어있는 분위기에서 이와 같은 세계관은 매우 획기적인 사고전환(思考轉換)이다. 이것은 기존의 종교, 정치, 사회질서 모두를 전환하게 하는 개벽사상이다.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교법 2장 57절)

  

  더욱이 하늘과 땅의 덕보다 사람의 덕을 중시하는 인존은 지덕의 전환보다 더 획기적인 사상이다. 하늘과 함께 땅의 존귀함을 깨닫고 천과 지를 모두 공경하는 사상도 사상의 일대 전환을 요구할 정도의 변화인데 사람의 존귀함을 천지보다 크다고 하신 인존사상은 단순한 인간존중사상을 넘어서는 생각이다. 인간존중사상은 그 주체가 한 개인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면 인존사상은 천·지·인 삼재(三才) 중에 인간이라는 즉 한 개인이 아닌 인간사회 내지는 인류 전체를 상정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인존사상이 구현되는 사회는 사람이면 누구나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다. 사회의 발달 단계에서 이러한 사회가 구현된다는 것은 최종 단계에 해당할 것이다. 정의가 실현되고 권익과 재산이 공평한 사회는 많은 사람이 바라는 바다.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사회가 실현된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구제되어 보다 질 높은 생활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인존시대의 선언만으로 저절로 그와 같은 사회는 실현되지 않는다. 상제님께서는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는 분부를 하셨다. 우리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또한, 무작정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구심점을 이루는 진리를 근간으로 하여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서로 척을 짓지 말고 남을 먼저 잘 되게 하는 해원상생을 배워 깨닫고 익혀 실천하는 노력이다.
  해원상생은 첫째로,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실천이 강조된다. 다음은 해원상생으로 이웃과의 화합을 이루는 것이 실천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실천이 되어야 해원상생을 익히고 배웠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해원상생은 실천적인 진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잡한 사회일지라도 가정과 이웃은 그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이를 잘 보호하고 유지하면 그 사회는 소통이 잘 되며 안전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해원상생의 실천적 진리의 가치가 있다. 즉, 해원상생의 마음을 부지런히 실천하면 우리 사회는 사람이 존귀한 사회로 어느새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은 급변하여 하늘과 땅과 사람 중에서 사람의 가치가 제일 중요한 척도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종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사람 중심의 세상이다. 개미의 창발성01에서 보듯,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과거의 가치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복합계의 형태로 급진전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는 새로운 인간형과 성격이 탄생한다. 그것이 ‘인존’의 사상이 부각되고 연구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 인간을 종합 분석하는 소극적인 연구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작동하는 신경망처럼 형성된 현재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인존시대는 사람들의 시대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연결 고리는 기존의 종교 사상과 철학들을 포괄하며 통합하는 진리여야 한다. 인존을 연구하고 해원상생의 진리를 탐구하여 실천해야 이 문제를 풀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우리 수도인이 먼저 척을 짓지 말고 남을 잘 되게 하며 서로를 존귀하게 대하여 솔선수범한다면 다른 이들이 보고 생각할 것이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갈등이 해소되고 투쟁이 사라진 평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대순회보> 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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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즉 미시적인 부분의 각각의 특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체로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이 있다. 이를 창발 현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역할에 따라 여왕개미, 수캐미, 병정개미, 일개미로 발육하여, 수만 마리씩 큰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질서 있는 사회를 형성한다. 흰개미는 흙이나 나무를 침으로 뭉쳐서 집을 짓는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버섯흰개미는 높이가 4m나 되는 탑 모양의 둥지를 만들 정도이다. 이 집에는 온도를 조절하는 정교한 냉난방 장치가 있으며, 애벌레에게 먹일 버섯을 기르는 방까지 갖추고 있다. 개개의 개미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다. 그럼에도 흰개미 집합체는 역할이 상이한 개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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