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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작성일2018.12.11 조회3,8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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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방면 교령 김성호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 생각만으로도 고향을 연상케 해 가슴 한편에 따뜻한 사랑의 등이 켜진다. 이처럼 나에게 추석이란 훈훈한 시골향기와 갓 지은 가마솥 밥을 비롯해 보름달과 집집이 피어오르는 만남의 향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넉넉한 정’과 ‘향수’라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명절에는 고향향기를 맡지 못하고 통화로 전해지는 가족들의 목소리만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그 까닭은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복덩이 덕분이다. 부부의 보물인 아기가 태어난 지 약 6개월이 되었다. 고향이 부산인 탓에 아기를 태우고 천천히 고속도로를 달리면 차량소통이 원활 하더라도 어림잡아 5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그런데 어린 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장시간 운행하는 것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을 것 같아 다음 명절을 기약한 것이다.   
  마음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대신 이번 명절은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식구에서 이제는 세 식구가 맞이하는 첫 명절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상제님의 덕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삼 년이 넘어서 아기를 낳았는데 그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다. 주위 분들도 내색은 안했지만 부부가 나이가 있는 터라 많이 기다리는 눈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주위 분들을 비롯해 부부가 정성으로 심고 드린 덕에 우리에게 아이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를 낳고 맞이하는 첫 명절인 한가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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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든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라는 호칭이 따라다니니 조금은 어색하고 어깨가 무겁지만 즐거운 마음에 늘 어깨가 들썩인다. 그래서인지 추석을 맞는 기분이 남다르다. 우리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꼭 지금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기분 좋은 속담인 것만 같아 마음이 풍성하고 넉넉해진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마음을 간직한 채 추석 치성에 참석하니 온 세상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상제님께서도 “악장제거무비초 호취간래총시화(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라고 말씀하셨듯 실제로 생각이나 마음가짐에 따라서 일상에서 매일 보는 것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다 한가위 날 전국에서 찾아온 많은 수도인과 음복과 송편까지 함께하니 더 없이 행복하다. 
  치성을 모신 다음 날. 우리 부부는 고향인 부산은 못 가더라도 처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세 식구가 모두 처가로 향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가족 나들이를 자주 가지 못한 터에 이렇게라도 바람을 쐬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것인데도 아기 물건이 많아서 이것저것 차에 실을 물건이 두 손으로 몇 번을 날라야 할 양이다. 그래도 마음은 벌써 처가로 향해 있어 아내와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차를 타고 시골 전경에 흠뻑 젖어 오래간만에 여유로움을 만끽하니 마음마저 치유되는 느낌이다.
 처가에 도착하니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동구 밖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며 즐겁게 맞이해 주신다. 오랜만에 처가식구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니 집사람도 그렇고 나 또한 즐거워진다. 게다가 오손도손 도란도란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둘러앉아 유대감을 높이니 한가위가 더욱 정겹다.
  사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몇 번의 수술을 하신 탓에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에도 심장박동기 수술 후 이어진 허리 수술이 잘못되어 재수술하신 장인어른은 더 그러하다. 그래도 항상 밝게 생활하시는 덕분에 부부금술은 잉꼬와 원앙도 부러워할 정도이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농사를 업으로 삼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더 실감 날 것이다. 아내의 처가는 양봉을 비롯해 여러 가지 농산물들을 재배한다. 그러나 두 내외가 모두 건강상의 이유로 애써 키워놓은 과실들을 제시기에 수확하지 못했다. 두 분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했다. 오랜만에 많은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참에 수확하지 못한 과수의 열매를 한 참에 거두자고 제안했다.
  부모님은 사위는 백년손님인데 어찌 사위에게 이런 일을 시키느냐고 손사래를 치시며 한사코 말리신다. 그래도 아내와 나는 옷소매를 둥둥 걷어붙이고 걱정하지 마시라며 앞장섰다. 따지 못한 사과와 어느덧 익어 껍질이 벌어진 밤과 호두, 그리고 대추. 다섯 식구가 모여 일사불란하게 하루를 투자하니 대부분의 과실을 모두 수확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팔과 허리는 아팠지만, 누구를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니 힘든 줄 모르고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하루해가 저물고 그 다음 날에는 처가 근처에 위치한 곤충박물관에 들러 오랜만에 아기를 위한 자연학습도 하고 산책도 즐겼다. 아기도 평소에 보지 못한 신기한 여러 곤충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봐서인지 곧잘 함박웃음을 지어 보인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것만 같다. 정말이지 이 시간만큼은 다른 근심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행복감과 즐거움을 만끽한 것 같다. 우리 곁에 사소하지만 찾지 못하고 잊고 지내던 행복을 찾은 느낌이랄까?
  한편,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릴 시간이 다가왔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우리 사위 고생했다며 밭과 들에서 수확한 과일이며 호박과 밤, 꿀 등을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싸서 기어코 차에 실어주신다. 아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표정에 즐거움과 고마움이 말보다 먼저 드러난다. “장모님, 장인어른 항상 건강하시고 자주 들를게요.”라는 인사말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명절 다음 날은 나에게 한가위의 또 다른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 다른 행복이란 봉사를 통해 얻게 된 소중한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 달에 한두 번 사회복지센터를 들러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봉사의 시간을 가진다. 사실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있지만 그래도 베푸는 것만큼 보람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온 날은 도리어 내 마음이 더 행복해지고 치유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따듯해질 뿐만 아니라 그 기분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다.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비록 큰 것은 아니지만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선행이 나까지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느껴보니 남을 잘 되게 하라는 것이 상생대도의 기본원리라는 것이 실감 난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그릇이 큰 사람은 남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풂을 자기의 큰 기쁨으로 깨닫고, 좀 더 지혜 있는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디에서나 어진 마음으로 대한다.”고 했다. 이는 모두 어진 마음 즉, 타인을 친절하게 대하고 봉사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따스한 체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편이 더 따뜻해지며 행복감이 배가 된다. 행복 플러스의 삶이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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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회보> 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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