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망에 대한 올바른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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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4.20 조회2,020회 댓글0건본문
태극도 시절부터 수도해 온 한 원로 임원에 의하면, 도주님께서 상급임원 임명을 주실 때, 도인들로부터 삼망오기(三忘五忌)의 맹세문을 받으시고 임명을 허락하는 도령장(道令狀)을 주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일의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도주님께서 해방 이후 도 본부를 부산시에 설치하시고 태극도로 개명하신 후, 첫 상급임원 임명을 주실 때 단 한 차례 이 일을 시행하셨다. 이후로는 호수에 준해 임명을 주셨는데, 이때부터 삼망오기는 상급임원들에 의해 중간임원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삼망오기 중 삼망(三忘)은 ‘망기친(忘其親), 망기신(忘其身), 망기가(忘其家)’, 오기(五忌)는 ‘불신(不信), 다욕(多慾), 욕속(欲速), 환희(歡喜), 누설(漏洩)’을 말한다. 당시 도인들은 삼망오기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여 ‘세 가지 잊어야 할 것’과 ‘다섯 가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오기는 글자 그대로 이해해도 무방하지만, 삼망은 뜻을 헤아리지 않고 풀이하면 오해할 수 있다.
삼망을 있는 그대로 자해(字解)하면 ‘부모를 잊고(忘其親), 몸을 잊고(忘其身), 집을 잊는다(忘其家)’라는 뜻이 된다. 이것은 “훈회와 도인의 수칙을 엄수하고 정심으로 수도하며 윤리도덕을 기본으로 삼으라”01고 명하신 도주님의 뜻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도인들은 삼망의 뜻을 깊이 헤아려보지 않은 채, 그 의미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부모와 가정을 잊고 수도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데는 예로부터 수도는 속세를 떠나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고전에서 쓰인 삼망의 용례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사기』 「사마양저열전」에 “장수는 명을 받은 날부터 집을 잊어야 하고(忘其家), 군에 임해서 군령이 내리면 그 친인척을 잊어야 하며(忘其親), 진격의 북이 울리면 자기 몸을 잊어야 한다(忘其身)”02라고 하였다. 이는 전쟁터에서 장수가 ‘잊어야 할 세 가지[三忘]’를 말한 것이다. 『사기』에서는 ‘망(忘)’을 글자 그대로 ‘잊는다’라고 해석하고 있으며, 일부 도인들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 부모와 가정을 잊고 수도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였다.
이에 도전님께서는 도인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주시고자 “가정을 버린다면 왜 상제님께서 세무충(世無忠), 세무효(世無孝), 세무열(世無烈) 시고천하개병(是故天下皆病)이라 하셨겠느냐? 망기친 이라면서 세무효라 하셨겠느냐? 망기가라면서 세무열이라 하셨겠느냐? 망기친이 부모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부모를 잊으라 하면 효가 왜 있겠느냐?”03라고 하시면서 도주님께서 말씀하신 삼망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밝혀주셨다.
먼저 망기친(忘其親)을 살펴보면 도전님께서는 “친함을 잊고, 공명정대, 무편무사(無偏無私)해야 하는 것 … 친한 사람이라고 봐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는 것은 안 되며 임원 한 명 내는 데에도 공명정대해야 하며 절대로 사(私)가 있어서는 안 된다”04라고 분부하셨다. 사람은 대부분 가족 또는 친지에게는 인정에 치우쳐 편벽된 처사를 하기 쉽다. 하지만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는 수도인은 친분에 의한 편벽과 사사로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망기신(忘其身)에 대해서 “내 몸을 생각 안 하는 것 … 운수를 받는 데 있어서도 신(神)으로나 육신으로나 상관없다는 것을 믿는 것”05이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신명인사일반(神明人事一般)이므로 운수는 신의 상태로 받으나 인간의 몸으로 받으나 같다는 것을 믿고 육신에 따르는 겁액에 굴복하지 않고 일심으로 수도에 정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법을 수호하고 수도하는 데 있어서 육신의 한계에 좌우되지 않는 굳은 신념 즉, 생사를 초월한 확고한 믿음이 망기신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망기가(忘其家)에 대해서 “처자식 사랑하는 그 마음을 가지고도를 믿어야 한다는 것”06이라고 말씀하셨다. 즉, 망기가는 가족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도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하라는 의미이다.
수도는 인류의 화평을 위한 일이다. 이 일은 가정을 이루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여 가화(家和)를 이루는 데서 출발한다. 가화가 어렵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가운데 연성(煉性)이 되고 믿음이 강해진다. 또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확대해 나가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망(忘)은 단순히 ‘잊는다’는 뜻이 아니라 ‘초월하다’ 또는 ‘극복하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세상이 병들고 진멸지경에 빠진 것은 충효열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셨다. 그래서 충효열을 근본으로 하는 인도(人道)를 내놓으셨으며 이것을 밝히고 실천해 가는 사람에게는 대운대통을 약속하셨다. 양위 상제님의 유지를 계승한 우리 종단은 삼강오륜과 윤리도덕을 숭상하며 솔선수범, 가정화목, 이웃화합으로 도통진경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삼망을 부모와 가정을 저버린 채 수도하는 것으로 이해함은 종단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도주님께서 단 한 번, 상급임원 임명을 모시는 도인들에게 맹세를 받으셨다는 삼망. 비록 한 번뿐이었지만 그 의미는 도인들에게 도에 대한 마음가짐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도전님께서 밝혀주신 삼망의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겨 공명정대하고 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정을 지닌 도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01 「도전님 훈시」 (1984. 4. 30)
02 『사기』 「사마양저열전」, “將受命之日則忘其家, 臨軍約束則忘其親, 援枹鼓之急則忘其身.”
03 「도전님 훈시」 (1991. 12. 5)
04 같은 글.
05 같은 글.
06 「도전님 훈시」 (1991. 12. 5)
<대순회보 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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