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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땅 그리고 바다와 산이 있어 아름다운 그곳, 제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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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목 작성일2019.04.08 조회1,4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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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첫발을 내딛다 -


연구위원 이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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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제주. 한라산에 아직 하얀 눈이 쌓여 있는 3월이면 곳곳에서 노란 유채꽃이 피어나고, 4월에는 쪽빛 하늘과 바다 그리고 대지를 보노라면 마치 도화지에 색색의 물감을 쏟아 부은 듯하다. 더욱이 이맘때 벚꽃이 꽃비처럼 은은히 흩날리는 해안 산책로를 걷노라면 벚꽃 향기에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이래서 제주의 봄은 몽환의 계절이라고 하는 걸까? 더욱이 5월이 되면 푸르러진 한라산에 붉은 철쭉이 피어나니 제주는 봄 한철만도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는다. 여름보다도 더 역동적인 제주의 봄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알면 알수록 볼 만한 것과 보고 싶은 데가 너무나 많은 그런 제주를 5일간의 일정으로 답사를 하였다.

 

  제주 답사 첫날. 혼잡 없이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제주로 가는 오전 11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눈에 띈 것은 조그만 제주 안내 책자이다. 삼다(三多, 돌·바람·여자)와 삼무(三無, 거지·도둑·대문) 그리고 삼보(三寶, 관광·바다·언어)의 섬. 그리고 극한(極寒)과 극서(極暑)가 없는 기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동서 73km, 남북 41km가 되는 타원형의 섬이라는 부분에서, 왠지 지도를 노란색으로 표시해서 그런지 병아리가 먹이 쪼는 모습을 옆으로 누인 것처럼 보인다.

 

  역시 제주는 한라산(漢拏山)을 빼놓고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가 한라산이요 한라산이 곧 제주였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360개의 오름(산봉우리의 제주 방언)과 여기에 정상 백록담이 합쳐져 361개의 오름이 제주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놓은 산, 혹은 은하수[漢]를 잡다[拏]’라는 뜻에서 붙여졌단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해발 1950m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한[1]번 구[9]경 오십[50]시요’라는 익살스런 문장이다. 이렇게 기내에서 안내책자를 훑어보다 제주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 풍광은 책자에 보이는 사진과는 비교불가였다. 그 자체가 생동하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에메랄드 바다색과 기암괴석이 흰 파도와 어우러지고, 노란 유채꽃이 검은 돌담에 둘러 싸여 녹색의 마늘밭과 조합을 이루거나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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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첫발을 내딛자 우리를 반기는 것은 돌하르방. 몸집에 비하여 크고 둥글넓적한 얼굴에다 벙거지를 쓰고 커다란 둥근 눈은 옆으로 늘어져있으며 코는 커다란 주먹코,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푸근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이다. 돌하르방은 성문 앞에 세워짐으로써 성읍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성내에 침입하는 잡귀나 잡인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는 석상이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감흥은 뒤로 한 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준비된 차량에 탑승 후, 우리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첫 코스인 천제연폭포로 향했다. 야자수 길가를 따라 달리자, 차 안으로 들어오는 제주도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옆으로는 옥색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마치 외국의 어느 해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있으켰다. 더욱이 봉긋한 오름과 오름 사이에는 광활한 초원과 목장지대가 펼쳐져 있어, 우리 땅이면서도 전혀 우리 땅 같지 않은 자연 풍광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삼천(三遷)의 이치가 숨어 있는 곳 천제연폭포

 

  일주도로를 탄지 몇 십 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를 뽐내는 야자수와 오작교 같은 다리, 그리고 울창한 숲의 풍경이 눈에 띄면서, 저것이 뭘까 하는 호기심이 밀려들어온다. 그곳은 ‘하늘의 연못’이란 뜻을 갖고 있는 천제연폭포(天帝淵瀑布). 옥황상제를 모시는 일곱 선녀들이 별빛 영롱한 밤에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옷으로 구름을 타고 내려와 멱을 감고 돌아갔다는 전설이 깃든 연못이다. 더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제연계곡에는 송엽란이나 담팔수나무,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남오미자 등 각종 희귀한 식물들이 울창해 천연 난대림지대를 이루고 있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하나로 보호받고 있다. 

 

  천제연 폭포 입구에 들어서자 멀리서 찾아온 우리를 다섯 동물이 먼저 반긴다. 거북이 모양의 화강암 조각 분수대인 오복천(五福泉)으로 거북뿐만 아니라 용, 돼지, 원앙, 잉어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 형상이다. 이것은 각기 수(壽, 장수), 귀(貴, 명예), 부(富, 재물), 애(愛, 사랑), 자(子, 자식)를 상징한다. 이 오복천 꼭대기에 있는 복주머니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섯 가지 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복천 뒤에는 천제루(天帝樓)라는 누각이 있다. 칠선녀의 전설을 따 천제루라 부르는 이 누각은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제루 정상에서 보이는 여미지 식물원의 모습과 바다, 폭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상낙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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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를 만나기 위해서는 꼭 선임교(仙臨橋)를 건너야 한다. 폭포와 중문관광단지를 연결시켜주는 아치형 교량으로, 견우와 직녀가 만난 오작교(烏鵲橋)를 형상화해 놓았다. 다리 옆면에는 일곱 선녀의 전설을 살려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 아름답고 웅장하게 조각되어 있고, 다리 위에 서면 한라산과 제주 남쪽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다리 위에서의 경관도 절정이지만, 무엇보다 백미는 3단 폭포다. 난대림과 함께하는 폭포는 콧속 깊숙이 느껴지는 맑고 신선한 공기로 일상의 번잡함을 한번에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진입로를 따라 협곡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제일 상단에 있다 하여 ‘웃소’라 불리는 제1폭포를 만난다. 여름철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큰비가 내려야만 땅속에서 샘물(일명 구멍물)이 솟아 흘러 내려 한 달간 폭포를 형성한다. 평상시에는 폭포 오른쪽 동굴에서 솟아나는 용천수가 수원을 이룬다. 높이 22m, 수심 21m(비의 양이 많으면 23m)로, 못에서는 아름다운 코발트빛이 나타난다.

 

  제1폭포에서 연못물이 40m 흘러내려 두 번째의 연못을 형성하는데, 약간의 타원형으로 이루어진 25m 높이의 제2폭포가 있다. 그리고 폭포가 만든 용소가 놋사발을 닮았다 하여 ‘알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폭포 연못물이 100m 가량 흘러 제3폭포를 이룬다.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형성한 못이 맷돌처럼 빙빙 돈다고 하여 고래소(제주 방언)라 칭하기도 한다. 특히 이곳에 천지연폭포와 더불어 무태장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천연기념물(제25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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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3개의 폭포를 갈무리 할쯤, 어느덧 1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선임교 위에서 잠시 3단 폭포 전체를 관망해 보았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3단 폭포의 수원(水源)을 이루는 1폭포, 그 물을 받아 더 넓고 깊이 형성하는 2폭포, 두 폭포의 물을 고이 간직하려 마치 솥에다 담아 놓은 듯한 3폭포. 이들의 흩어짐 없는 행보가 마치 예시 87절에 있는 삼천(三遷)의 이치를 상징하는 것 같다. 이제 다음 행선지인 천지연폭포로 향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천지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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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연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서귀포 어항의 전경(前景).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뱃고동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하늘가의 기러기들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란 듯 하얀 날개로 손짓한다. 그 풍경은 마치 신(神)이 아니고서야 만들 수 없는 예술작품 같다. 

 

  이제 어항을 가로질러 나가자, 길 양쪽의 우뚝한 기암절벽이 줄곧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칼로 잘라낸 듯이 경사가 급한 절벽인데도, 다양한 상록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 사이로 넓은 주차장이 눈에 띠었다. 천지연폭포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라 하여 불린 천지연(天地淵)은 꽃치자가 개화하는 초여름이면 안개처럼 흘러 번지는 재스민 향기에 이끌린 선녀들이 밤마다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그래서인지 매표소에 가까이 다가서자, 아직도 선녀의 향수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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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표소를 지나면 ‘천지호(天地號)’라고 쓰인 사각형의 돛을 단 떼배를 만날 수 있다. 작은 뗏목에 의자 하나를 붙인 뒤 돛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조금 엉성해 보이지만 제주민속촌에 있는 떼배와 동일한 종류의 배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폭포까지는 약 1km에 달하는 ‘을(乙)’자 형상의 숲길이다. 그 길을 따라 들어서야만 천지연(天地淵)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폭포에 이르면 하늘, 땅, 못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지의 모든 움직임이 을(乙)의 모습으로 움직인다고 했던가. 그래서 천지연(天地淵) 입구에서는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것을, 오직 이 길을 따라 그곳에 도착하여야만 신비로운 천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그 숲길은 대다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옆으로는 희귀한 무태장어(천연기념물 제258호)가 서식할 만큼 깨끗한 계곡 물이 흐른다. 이만한 생태관광지도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천지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물줄기를 보면, 용이 천지의 물을 따라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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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곳 천지연의 절정은 높이 23m에 폭 12m 그리고 수심이 21m나 되는 천지연폭포가 아닐까. 웅장하고 씩씩해 보이는 일반적인 폭포와는 달리, 이곳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엿보이는 폭포이다. 쏟아져 내리는 하얀 물기둥 아래로는 바닥에 낀 이끼의 빛깔 때문인지 짙고 산뜻한 남빛의 물들이 잔잔히 바다로 향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그 흐르는 물에 뛰어들어 멱이라도 감고 싶은 욕구를 느낄 정도다. 하지만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그 욕구는 사치에 불과하다. 이제 남은 제주 3대 폭포 중 하나인 정방폭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답사 첫날의 마지막 행선지인 정방폭포를 향해 다시 한 번 걸음을 재촉했다.

 

 

바위를 타고 비단결 내리듯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폭포

 

   천지연에서 출발한지 10분도 채 안 되어 정방폭포 주차장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리면서 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분명 보이는 것은 바다와 울창한 숲뿐인데, 폭포만이 갖는 우렛소리가 귓전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약 1km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엄한 소리를 선사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것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꼽은 영주십경의 하나인 정방폭포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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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23m, 너비 10m의 폭포인 정방폭포는 동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바다를 향해 직접 떨어지는 폭포이다. 대개 폭포는 강줄기의 낙차가 큰 지점에서 형성된 것인데 반해, 정방폭포는 천(川)이나 강(江)을 거치지 않고 세차고 급하게 바로 바다와 만난다. ‘1일 치성에 3일 도통’이라는 이야기가 순간 떠올랐다. 

 

  정방폭포는 특히나 여름에 바위를 타고 비단결처럼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하여, 정방하폭(正房夏暴)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폭포에 다가서면,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낙숫물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날리는 물보라가 서늘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먼발치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삼복염천의 무더위쯤은 까마득히 잊혀진다. 또한 주변 해녀의 말에 의하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기암괴석을 유심히 살피면 모두 사람 얼굴의 형상을 띠고 있단다. 그것도 남자신선, 여자신선 등등 선계(仙界)와 관계된 인물들이다.

 

  이곳 정방폭포에는 ‘서귀포’라는 지명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서불(徐市)’에게 동방의 삼신산(三神山: 금강산·지리산·영주산) 중 하나인 영주산(瀛州山: 한라산)에 가서 불로초를 캐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서불은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정방폭포의 절벽에다 ‘서불과차(徐市過此, 서불이 이곳을 지나다)’라는 네 글자만 새겨놓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도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갔던 포구’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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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도 폭포지만 인공으로 올려놓은 듯한 바윗돌과 그 앞으로 부서지는 파도는 또 하나의 풍광이다. 더욱이 저녁노을이 다가서자, 누구도 상상치 못할 정방폭포의 색다른 장관을 자아낸다. 마치 제주도 답사의 첫날을 이렇게 멋있게 갈무리하라는 것처럼 말이다. - 다음 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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