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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공사의 시작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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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0.06.30 조회3,4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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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우리는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신축년 겨울에 처음 시작하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1901(신축)년 몇 월 며칠에 행하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경』에 언급되어있지 않다.

 

 

시속에 말하는 개벽장은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을 건지는 개벽장(開闢長)을 말함이니라. 상제께서 대원사에서의 공부를 마치신 신축(辛丑)년 겨울에 창문에 종이를 바르지 않고 부엌에 불을 지피지 않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음식을 전폐하고 아흐레 동안 천지공사를 시작하셨도다. 이 동안에 뜰에 벼를 말려도 새가 날아들지 못하고 사람들이 집 앞으로 통행하기를 어려워하였도다.

 

(공사 1장 1절)

 

 

  천지공사는 상제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강세하시어 1901년부터 1909년까지 광구천하와 광제창생을 위해 행하신 대역사(大役事)이다. 위 성구에 따르면 천지공사는 겨울에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농사와 연관되어 보이는 뜰에 벼를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겨울인데 벼를 말린다고 하니 언뜻 모순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겨울이란 보통 기온이 차갑고 영하인 날씨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제님께서 겨울에 천지공사를 시작하신 동안에 벼를 말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날짜까지는 알 수 없으나 대략 신축년 몇 월에 상제님께서 공사를 시작하셨는지에 대해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벼농사와 관련하여 ‘겨울’의 시작과 끝은 언제이며 이를 통해 벼를 건조할 수 있는 시기를 유추하여 상제님께서 행하신 천지공사의 시작 시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절기와 겨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겨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하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본 겨울과 절기상의 겨울이 있는데 여기에는 다소 시간적 차이가 있다. 전자는 보통 12월에서 2월까지, 후자는 입동에서 입춘 전, 즉 대한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농사와 관련하여 겨울은 기상학적인 기준과 다르게 절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벼농사를 주업으로 했던 옛날에는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와 날짜를 헤아릴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계절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24절기(節氣)이다. 24절기는 1년을 24등분한 것01으로 <표1>과 같이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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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24절기>02 

 

  그런데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는 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음력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역법이기 때문에 태양의 운동이 반영되지 않아 음력날짜와 계절의 변화가 잘 일치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03 음력을 사용하던 동양에서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과 매년 동일하지 않기에 24절기를 만들어 음력과 함께 사용하였다. 이렇듯이 음력에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는 절기법를 두는 이유는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농사일을 더욱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점에서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겨울’은 절기상 입동에서 대한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연중 태양의 위치변화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는 24절기는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04

 

 

뜰에 벼를 말리다

  요즘에야 벼를 수확하여 탈곡, 건조 등이 기계화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시골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벼를 길 한편에 깔아 햇볕에 건조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소설이나 대설, 혹은 평균적으로 기온이 하강하여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소한이나 대한에 벼를 말리지는 않는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처음 시작하신 곳은 지금의 정읍 지역 부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제님 재세 시 정읍지방에서의 수확 시기를 알면 자연히 벼를 말릴 수 있는 시기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벼재배방법인 이앙(移秧)법은 일반적으로 16세기 이후 한반도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05, 18세기에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벼의 높은 수확을 보장하고 1년 2모작을 가능하게 하는 이앙법은 일정한 넓이의 못자리를 별도로 조성하여 파종하여 모를 어느 정도 키운 후에 그 모를 본논으로 옮겨 심는 재배방법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남한 기준으로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통 4월에 파종하여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모내기를 시행한다. 그리고 8월 중에 이삭이 팬 후 9월 중·하순쯤이 성숙기가 되어 이후 수확을 시작한다.06 전북 농업기술원의 벼재배력과 관련한 자료에서도 10월 중순쯤에 수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한 기준으로 보통 남부지방의 벼 수확 시기인 10월 하순보다 이른 시기에 하는 것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평균기온이 상승하여 우리나라의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의 시작이 늦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참고로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106년(1912~2017)간 우리나라의 기온변화를 분석하였는데, 최근 30년(1988~2017년) 동안 평균기온이 20세기 초(1912~1941년)보다 1.4℃ 상승했으며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남부의 계절 평균기온이 통계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07 이러한 관점에서 미루어 보면 상제님께서 공사를 처음 행하실 시기에 정읍을 중심으로 한 근방의 벼 수확은 10월 하순, 즉 상강(10월 23~24일) 무렵으로 추정된다. 실례로 이 시기에 지역은 알 수 없으나 벼를 수확하는 사진08이 1913년 10월에 발행된 《매일신보》에 실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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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大正二年十月三十日 每日申報(1913년 10월 30일) 

 

 

  《매일신보》의 발행 연도가 1913년으로 상제님께서 공사를 처음 행하신 1901년과 10여 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106년(1912~2017)간의 평균기온 상승이 1.4℃인 점을 생각하면 상제님 재세 시의 벼 수확 시기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제님 당시 벼를 건조할 수 있는 시기는 수확과 탈곡을 거쳐 양력 11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벼농사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옛 자료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도 양력 10월 하순 즈음에 벼를 수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농가월령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지은 12달로 구성된 월령체 가사로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풍속을 월별로 나누어 소개한 노래이다. 참고로 이 가사에서 음력 기준으로 9월(음력)의 내용을 보면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 무논은 베어 깔고 … 벼 타작 마친 후에…”09라고 나온다. 음력 9월은 양력으로 한로, 상강(10월 23~4일부터 시작) 절기로서 겨울이 들어서기 전에 벼를 베고 탈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가적으로 상제님 공사의 시작 시점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만한 부분으로서 공사 1장 1절에는 농촌의 풍속과 연관되어 보이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창문에 종이도 바르지 않았다’라는 구절이다. 이와 관련하여 『농가월령가』 10월(음력)의 내용을 보면 “시월은 맹동(초겨울)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10란 구절이 있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미리 창문에 종이도 새것으로 바르고 구들장도 손보는 시기가 초겨울, 즉 입동(양력 11월 7~8일) 무렵부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농가월령가』는 세시풍속 등 농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보통 겨울이 들어서는 입동 절기 즈음에 창호를 발라야 하지만 상제님께서는 이조차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천지공사를 행하셨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가며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정리하면 『전경』 공사 1장 1절에서 ‘겨울’이란 계절이 명확히 제시되었다는 점, 상제님 재세 시 벼를 수확하여 말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로서 ‘입동’임을 본문의 내용에서 언급하였다. 겨울(冬)이 들어선다(立)는 입동은 초겨울로서 일반적으로 벼를 말리고 본격적인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창호를 바르고 구들장을 손보기 시작하는 절기임을 옛 자료를 통해 알아보았다. 결론적으로 겨울은 24절기 중 입동(11월 7~8일)부터 대한(1월 20~23일)까지임을 고려하면 신축년 11월 초순에서 중순 무렵 사이에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처음 시작하신 것으로 추정된다.

 

 

 

 

 

01 「24절기란/24절기 이야기」,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www.culturecontent.com/

02 진미정, 박선엽, 「우리나라 기후 절기별 기온 변화의 시공간적 특성 분석」, 『대한지리학회지』 50(2015), p.25.

03 「24절기의 도입/24절기 이야기」,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www.culturecontent.com/.

04 진미정, 박선엽, 앞의 글, pp.25-26.

05 문중양, 「농업발달과 유교문화」, 『개정신판 한국사특강』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p.295-296.

06 「벼 기계이앙작업」, 농촌진흥청(농사로), https://www.nongsaro.go.kr 참고.

07 박선엽, 이수경 「한반도 절기 기온의 기후적 변화와 지리적 특성」, 『Journal of the Korean Association of Geographic Information Studies』 22 (2019), p.67.

08 「稻의 수확」, 《每日申報》 1913. 10. 30.

09 「농가월령가 9월/24절기 이야기」, 문화콘텐츠 닷컴, http://www.culturecontent.com/.

10 「농가월령가 10월/24절기 이야기」, 문화콘텐츠 닷컴, http://www.culturecont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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